여성의 날 100주년… 그녀들은 말한다

여성의 날 100주년… 그녀들은 말한다

입력 2008-03-08 00:00
업데이트 2008-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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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세계여성의 날’이 100주년을 맞았다. 그간 여권(女權)은 분명 진척됐다. 그러나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은 아직 우리 의식 속에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했다. 여성이란 이유로 ‘이중차별’의 고통을 겪는 ‘여성 비정규직’과 ‘여성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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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정규직의 ‘절규’

여자로 태어난 게 죄였다.10년 가까이 몸담은 직장이었지만 한순간에 해고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남자 동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3월 김모(35)씨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통보를 했다.‘가정을 가진 여성은 가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능률이 없다.’는 말과 함께….

여성 비정규직의 삶은 아직 고단하다. 특히 지난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은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여성 고용상담 경향 분석 및 주요상담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고용상담 323건 가운데 비정규직 상담은 88건이었다. 직장내 해고, 성희롱 등이 주된 상담 사유였다. 이는 2006년 21건,2005년 31건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여성에겐 가정이 우선’이라는 회사의 인식은 여성 비정규직을 해고 대상 1순위로 만들었다.‘여자는 사회성이 없다.’,‘결혼하면 그만이라 여자는 잠깐만 일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도 이들을 괴롭히는 말 가운데 하나다.

여성 장애인 ‘나도 여자이고 싶다’

“어릴 적부터 집 밖에 나올 수 없었어요. 초등학교만 마친 뒤 집에서 살림을 도왔죠. 잠시 밖으로 나가려 하면 ‘장애를 가진 여자가 세상에 감히 얼굴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선천성 척추장애인인 심모(43)씨는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학교는커녕 외출 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심씨는 “여성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은 남성 장애인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장애인들의 교육수준은 남성에 비해 훨씬 낮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가운데 3명 중에 2명꼴로 초등학교만 졸업했거나,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여성 장애인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장애인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그저 ‘추하게 생긴’ 동정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 심지어 여성 장애인이 성폭력을 당하면 ‘어떻게 장애인을 보고 성욕이 생기냐.’는 식의 반응부터 나온다.

신의원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은 사라졌지만 인식의 문제로 인해 기본권을 탄압받는 사례가 많았졌다.”면서 “여성 장애인들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여성’이란 사실을 사람들이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3-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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