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대한축구협회 홍보국장은 4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이 경기가 예정대로 평양에서 개최돼야 한다는 협회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제3국 개최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FIFA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FIFA가 오늘, 내일 중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FIFA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준 축구협회장도 FIFA 수뇌부에 평양에서 경기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남북대결이 평양에서 열릴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형태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일단 평양 개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BS는 이날 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FIFA가 원안대로 평양에서 26일 오후 3시 남북대결을 치르되 FIFA기(旗)와 FIFA가(歌)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남쪽 응원단 규모는 1000명으로 하고 취재인원은 50명으로 하는 조정안을 지난 1일 남과 북 축구협회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조정안이 사실이라면 ‘월드컵예선전에 두 나라 국기와 국가를 반드시 연주해야 한다.’는 규정 22조를 FIFA 스스로 부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명백한 규정을 무시하고 스포츠에 정치논리를 개입해 왜곡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요구하는 바를 거의 이룬 반면, 남쪽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다는 점에서 적잖은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FIFA가 보냈다는 조정안을 통보받지 못했다.5일 나오는 조정안을 보고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