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입력 2008-01-02 00:00
업데이트 2008-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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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남자, 여자, 아들, 모(母), 부(父)

배경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오후, 외딴 산 속, 폐가, 마당 한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하나, 지붕과 마당·헛간에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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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요히 폐가를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가서 봉당에 앉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자와 아들이 들어온다.

여자 : 아이구 다리야… 이 먼 데를 오자고….

남자 : ….

아들 : 평소에 운동 좀 하세요. 많이 걸어야 건강하대잖아요. 요샌 웰빙이라고 다들 일부러도 많이 걸어요.(다리를 주물러 주며) 미국에서도 저녁만 되면 파크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 많아요. 세상이 아무리 살기 좋아지면 뭐해요, 내 몸이 건강해야지.

여자 : 우리 아들 미국 갔다 오더니 유식해졌네. 그래도 건강하자고 이 산골을 오니?

남자 : ….

아들 : 좋은데요… 아버진 여기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그 놈의 별방, 별방, 술만 먹으면 말 안 하디?

아들 : 별방… 아버지 회사 이름… 이 동네 이름에서 따오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뭐 좋은 기억이라고… 이 산 구석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대나 뭐래나. 저래 뵈두 니 아버지가 감상적인 데가 있다.

아들 : 자기 뿌리를 잊지 않는 건 좋은 거죠. 전 미국에 가 있으니까 도리어 조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나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요. 엄마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여자 :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뭐 그리울 게 있어.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들 : …아버지. 별방이 무슨 뜻이에요?

남자 : ….

아들 : 별… 방…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어쨌든 느낌이 좋아요. 왠지 별이 내려와 쉴 것 같은… 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단풍 한 장 줍는다) …아버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남자 : …조금 피곤해서.

여자 : 그렇게 한 번 와 보자더니. 와 봐야 뭐 있어. 그냥 폐가지. 근처에서 놀다 가자니까. 기어이 끌고 와서는… 다리만 아프지.…어머니도 어떻게 이런 데서 사셨을까….

아들 :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같이 오고 좋았을 텐데….

남자 : ….

여자, 뒤란으로 간다.

여자 : (소리) 웬 우물이래… 어머 대추 좀 봐.

아들, 뒤란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손에는 대추 몇 알.

아들 : 이것 좀 드세요. 달아요.

남자 : ….

남자, 먹는다.

아들 : 달죠?

남자 : 그래….

아들 : 어렸을 땐 많이 드셨겠네요.

남자 : 가을마다….

여자, 나온다.

가방을 뒤진다.

아들 : 뭐 찾으세요?

여자 : ….

아들 : …놔두세요. 다람쥐들 먹게.

여자 : 두면 뭐해, 어차피 썩을 거.

아들 : 엄마….

여자 : 시장 가서 사려고 해 봐. 얼마어친데.

여자,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도 찾아서 뒤란으로 간다.

아들 : 엄마… 짐승 먹게 둬요….

아들, 뒤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남자 :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휴가 왔습니다. 아들이 미국 유학 갔다가 잠시 귀국해서요. 가족끼리 단풍 구경 왔습니다. 예…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넘겼나요… 곧 결제하겠습니다.

아들 : 누구…?

남자 : 거래처. 결제해 달라고.

아들 : …요새 건설 경기 많이 안 좋다던데.

남자 : 밥걱정은 안한다.

아들 : …중견 건설회사 몇 개 무너졌다고.

남자 : 아버진 아직 괜찮아….

아들 : ….

아들, 바위로.

바위를 발로 툭툭 찬다.

아들 : 마당 한가운데 바위라니… 흉물스럽게. 이거 왜 안 뽑았어요?

남자 :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아들 : 뽑아 봤어요?

남자 : 할아버지가. 너무 깊어서 다시 덮었대.

아들 : 어디… (뽑으려고 한다. 바위는 끄떡없다) 정말이네.

남자 : ….

아들, 바위에 걸터앉는다.

침묵

아들, 뭔가를 발견했다.

헛간 쪽으로 걸어간다.

동화책을 줍는다.

아들 : (툭툭 턴다) 동화책이에요… 전래동화.(넘겨본다) 아버지 건데요….5의 1 박상철….

남자, 다가온다.

아들 : 기억나요?

남자 : ….

아들 : ….

남자 :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야.

아들 : ….

남자 : ….

남자 봉당에 앉는다.

아들도 옆에 앉는다.

아들, 책을 읽는다.

뒤란에서 대추 터는 소리.

아들 : …밑줄이 있어요.

남자 : ….

아들 : (읽는다) 바위를 들추자 눈앞이 훤히 트이며 별세계가 펼쳐졌다… (뒤진다) 여기도 있어요.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 별세계… 별방… 별세계란 뜻이에요?

남자, 동화책을 받아서 넘겨본다.

아들, 바위로.

아들 : 어디, 다시 한 번.

힘을 준다. 꿈쩍 않는다.

남자가 온다.

아들 : 해보시게요?

남자, 바위로.

남자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여자의 비명.

여자가 뛰어온다.

아들, 여자에게.

아들 : 왜요?

여자 : 쥐….

아들 : 난 또….

남자 : ….

여자 : 흰쥐였어….

남자 : ….

아들 : 흰쥐가 이런 데?

남자 : ….

여자 : 여보.

남자 : ….

여자 : 뭐 해요?

아들 : 그게… 동화책.

여자 : 동화책?

아들 :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 바위를 들추면…

남자가 바위를 힘껏 들춘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백색의 햇살.

차차 빛이 사라지며 시간과 공간이 응고된다.

남자 : (소리) 밤마다 꿈을 꿨어. 자고 있으면 누가 날 자꾸 깨워. 일어나 보면 흰쥐가 한 마리 서 있어.…따라가 보면 하얀 길이야. 사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불빛이 한 점 보여… 어릴 때 학교 갔다 늦게 올 때면 엄마가 처마 밑에 달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불빛 같아… 엄마가 있나 싶어 걸어가면 자꾸만 내가 녹아내려서… 더 걸을 수가 없었어… 내 가슴 한 복판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던 것이 자꾸만 녹아내려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어… 눈을 뜨면 나는 이 바위 앞에 와 있었어… 여기서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남자, 쓰러진다.

암전

2



같은 장소

남자가 바위 앞에 쓰러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모가 방에서 나온다.

모 : …누구?

남자 : ….

모, 다가온다.

모 : …누구세요?

모, 깨운다.

남자, 정신을 차린다.

모 : …괜찮으세요?

남자 : 여보…?

모 : ….

남자 : 승우는….

모 : ….

남자 : …우리 아들 못 보셨나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모 : 누구… 같이 오셨어요?

남자 : 예… 아들하고 아내하고…. 다들 어디 갔나요?

모 : 못 봤어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까… 이렇게….

남자 : 소리가 나서….

모 : 예… 큰 소리가 났어요….

남자, 주위를 둘러본다.

남자 : 그럼… 여기 계셨단 말인가요?

모 : 예… 우리 집이니까….

남자 : 우리집… 그럼 아직도 사람이… 분명히 폐가였는데….

모 : 폐가였어요. 그런데 바깥양반이….

남자, 주변을 돌며 찾는다.

남자 : (큰소리로) 여보… 승우야….

모, 화급히 남자에게 다가가서

모 : 애기가…

남자 : ….

모 : 애기가 깨요….

남자 : ….

모 : 방에 애기가 있어요.

남자, 방문을 열어본다.

남자 : …방금까지 여긴 아무도 없었는데….

모 : (근심) 애기가…

남자 : 예….

남자, 집밖으로.

돌아와서 뒤란으로 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손에 대추 한 알.

대추알을 씹어본다.

남자 : 그대로야….

남자, 돌로 간다.

뽑으려고 한다.

안 된다.

남자 : 이걸 들었는데… 이걸….

다시 힘을 준다.

모 : 안 뽑혀요. 바깥양반도 뽑으려고 했다가…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모 : …왜?

남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헛간으로.

뒤란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봉당에 가서 쓰러지듯 앉는다.

남자, 고개를 숙인 채 긴 침묵.

모,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 온다.

모 : 이거….

남자, 모를 빤히 바라본다. 냉수를 받아서 마신다.

한동안 말이 없다.

남자 : 이 물 맛… 기억나요. 어떻게 잊겠어요….

모 : ….

남자 : …흰쥐를 따라서 왔었어요….

모 : ….

남자 : 밤마다… 여길 왔어요….

모 : ….

남자 : 꿈을 꿨죠….

모 : ….

남자 : 어쩌면 이것도 꿈일지도 모르죠….

모 : ….

남자 : …믿지 못하시겠지만… 전 아주 먼 데서 왔어요….

모 : 먼 곳… 어디?

남자 : …아주 먼 데요….

모 : ….



남자, 모에게 그릇을 준다.

모 그릇을 가지고 부엌으로.

남자, 마당을 거닌다.

모가 나온다.

남자 : 아버지는… 아니, 바깥 분은요?

모 : …아직 산에요….

남자 : 그러시겠죠… 오늘도 찬합에 술빵을 넣어서 가셨나요?

모 : 그걸 어떻게?

남자 : 달이 중천은 지나야 돌아오시겠죠….

모 : ….

남자 : …당신은 상철일 재워놓고 처마밑에 앉아서 기다리셨을 테고….

모 : 어떻게 우리 애 이름을?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 절 보세요.

모 : ….

남자 : 자세히 보세요. 누굴 닮았는지….

모, 남자에게 가까이.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모 : (떨림) 닮았어요… 아버님?

남자 : …그런가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모 : ….

남자 : ….

모 : 그렇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으시고….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마당을 걷는다.

남자 :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꿈이 아니라면… 아니, 꿈이라 해도…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당신이 꾸는 꿈이든 내가 꾸는 꿈이든….

모 : ….

남자 : …간절히 바랐어요. 꿈이어도 좋으니까… 꼭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남자, 모를 본다.

남자 : 늙으신 어머니 대신, 이렇게 젊은… 우리 어머니를 만나다니….

모 : ….

남자 :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신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가… 애기 적 나를 키우는 어머니를 만나다니….

남자, 바위로.

돌을 들추려고 한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자, 다시 힘을 준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모 : …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들이란 말인가요?

남자 : …어머니께서 오십 년 넘게,…십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사십 년 넘게 키운 아들이… (다시 돌에 힘을 준다) …이걸 들추고….

남자,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진다.

모 : ….

남자 : ….

모, 남자를 본다.

침묵

모 : …밤마다 같은 꿈을 꿨어요….

남자 : ….

모 : …놀라서 잠을 깨면… 포대기에 싸둔 애기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문밖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어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기가 먼 길 다녀온 사람처럼 지친 어깨로 서 있었어요….…얼굴이 늙어 있었어요….

남자 : ….

모 : 늙은 애기가… 밤마다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말도 못하는 우리 상철이가….

남자 : ….

모 : …어떻게 이런 일이….

침묵

모 : …그게 사실인가요?

남자 : ….

모 : …상철이가 빌었어요… 용서해 달라고….

남자 : ….

모 : …돈이 필요했다고.…아니면 식구들 데리고 자기가 죽었을 거라고….

남자 : ….

모 : …우리 상철이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끔찍한 짓을…

모, 손으로 입을 막는다.

모, 남자 옆에 쓰러지듯 앉는다.

침묵

모 : …애들은 몇이나 돼요?

남자 : ….

모 : …몇이나 돼요?

남자 : 하나….

모 : …공부는 잘 해요?

남자 : ….

모 : …건강하고?

남자 : ….

침묵

모, 남자 쪽으로.

모 :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남자 : ….

모,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모 : …이상해요.…정말 내 아들인 것 같아요….

모, 남자의 손을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준다.

천천히 머리로, 어깨로.

남자, 벌떡 일어선다.

헛간으로. 도끼를 찾아서 쥔다.

남자, 방으로 뛴다.

모 : 안 돼!

남자, 문 앞에서 멈춘다.

모 : …그 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 애를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남자 : ….

모 : (손을 내민다) …어서.

남자 : ….

모 : 이리….

침묵

모 : 어서….

남자, 도끼를 떨어뜨린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남자, 힘없이 주저앉는다.

모, 빈손으로 돌아온다.

침묵

모 : …진지는?

남자 : ….

모 : …들어가세요.

남자 : ….

모 : …시장하실 텐데….

남자 : ….

모 : 어서….

모, 부엌으로.

주루막을 둘러멘 부(父) 들어온다.

남자와 부, 마주본다.

모, 나온다.

세 사람, 그 자리에.

암전

3

방안

호롱불 켜져 있고

세 사람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한쪽에는 포대기에 덮여 잠든 애기.

부 : …잡수세요….

남자 : …말씀을….

부 : ….

모 : ….

남자 : 말씀을 낮추셔야….

부 : 그래도 어떻게….

남자 : ….

모, 젓가락으로 더덕을 집어서 남자에게.

모 : …이것 좀….

남자 : 이 귀한 걸….

남자, 더덕을 집어서 모에게.

다시 한 젓가락 집어서 부에게.

모 : ….

남자 : …내다 파시지….

부 : 또 캐면 되니까….

부, 한 젓가락 집어서 남자에게.

남자 : …돌아가면 매일 먹을 텐데….

남자, 한 젓가락 집어서 모에게.

모 : ….

남자 :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매일 먹으니까….

모 : ….

남자 : …고기도 매일….

모 : ….

모, 남자에게 한 젓가락.

남자 : ….

부 : 귀한 손님인데….

모 : 어서….

남자, 망설이다가 한 입 떠 넣는다.

남자 : …두 분도….

부 : ….

모 : ….

남자 : 두 분이 드셔야 저도….

부모 : ….

부모 각자 한 숟가락씩 뜬다.

모, 숟가락을 놓는다.

남자 :….

모 : 입맛이….

침묵

남자, 수저를 놓는다.

부, 밥상을 옆으로 치운다.

침묵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폐를 꺼낸다.

부모, 손사래.

남자 : 전… 돌아가면 또 있으니까….

남자, 다시 건넨다.

실랑이.

부, 돈을 받는다.

돈을 들여다보다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남자 : ….

모, 남편 가까이 와서 돈을 내려다본다.

모 : ….

부 : ….

남자, 돈을 다시 지갑 속으로.

침묵

남자 : …정말 그리 가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부 : …가보기는 해야지요….

모 : 옛날에도 그 굴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고….

남자 : ….

부 : …온 뜻이 있으면 가는 뜻도 있을 테니….

모 : ….

부, 일어선다.

부 : …한시라도 빨리….

남자, 엉거주춤 일어선다.

모, 따라서 일어선다.

부 : 당신은….

모, 애기 옆으로.

남자 : …어머니….

남자, 절한다.

모, 어정쩡한 자세로 맞절.

남자, 일어선다.

남자 : 그럼….

모 : …저기.

남자 : ….

모, 보따리를 내민다.

모 : 이걸….

남자 : ….

모 : …승우를 만나면….

남자 : ….

모,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모 : …다 잊고…

남자 : ….

모 : …우린 괜찮으니까….

남자 : ….

모 : …승우를 생각해서….

부와 남자 밖으로.

모, 마당으로 나와 둘이 사라진 쪽을 본다.

암전

4

같은 장소

황혼

여자와 아들 마당에.

남자, 집밖에서 들어온다.

보따리를 들었다.

여자 : 여보….

아들 : 아버지.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

여자 : …당신 얼굴이… 머리에 웬 흰머리가?

남자 : ….

여자 : 그건 웬 보따리예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푼다.

더덕, 약초 등.

여자 : …이게 얼마어치야?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어머니가….

여자 : ….

남자 : 나… 당신한테 할 말이….

아들 : ….

여자 : ….

남자 : …십년 전… 어머니 아버지 그 사고….

여자 : 여보.

아들 : ….

남자 : 사실은….

여자 : 여보!

아들 : ….

침묵

여자 : …너는 먼저 내려가.

아들 : ….

여자 : 어서.

아들 : 아버지. 하실 말씀이….

여자 : 내려가라고.

아들 : ….

여자 : 아버지랑 내려갈 테니까.

아들, 밖으로.

남자 : …못 믿겠지만….

여자 : 지나간 일이에요.

남자 : ….

여자 : 잊어요.

남자 : 당신…?

침묵

여자 :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 ….

여자 :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남자 : ….

여자 : 우리 여길 떠나요.

남자 : ….

여자 : …승우가 있잖아요.

남자 : ….

여자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챙겨서 밖으로.

남자 그 자리에.

남자, 마당 한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를 본다.

2008-01-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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