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명예 훼손… 법적대응”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26일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등을 활용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등이 비자금을 이용해 600억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2000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5곳이 6000억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각각 처리했으며, 삼성중공업이 2조원, 삼성항공 1조 6000억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000억원을 각각 분식회계처리했다고 밝혔다.김 변호사는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의 해외 구매 대행과 그룹 내 공사를 맡기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하기 쉽다.”며 삼성전관(현 삼성 SDI)과 삼성물산 런던·타이베이·뉴욕 사이에 1994년 체결된 설비구매에 관한 합의서(메모랜덤)를 공개했다. 이런 방법으로 구매 금액의 120분의19,115분의13,120분의17.5에 해당하는 금액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홍라희(삼성리움미술관장)씨와 신세계 이명희 회장, 이재용씨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 등이 비자금으로 2002∼2003년 사이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베들레헴 병원’(프랭크 스텔라),‘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등이 포함된 구입 미술품 리스트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분리였다.”면서 “이는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삼성중공업과 삼성항공,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이 분식회계 처리를 했지만 감리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이를 알면서도 향응을 제공받고 사실과 다르게 적정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이날 “비자금 조성은 전혀 없었다.”고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홍라희(이건희 삼성 회장 부인) 리움미술관장도 ‘베들레헴 병원’을 구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측은 “김 변호사의 주장은 삼성 계열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중인 검찰은 고발장 등 수사자료에 명시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출금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수사본부 박한철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에 필요한 핵심인물을 우선적으로 일부 출금조치했다.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문제 등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모두를 수사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출금 대상자는 8∼9명선”이라면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번주 중으로 참고인으로 소환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미현 임일영 이경원기자 argus@seoul.co.kr
2007-11-2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