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언어의 통일/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언어의 통일/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07-10-30 00:00
업데이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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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언어학자가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심각성을 우려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사회과학원 정순기 교수가 “민족어가 북과 남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그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북한 잡지 ‘문화어 학습’의 기고문을 통해서였다.

특히 정 교수는 “영어와 한문 숭배사상을 배격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남측을 비판했다. 그의 주장이 꼭 적확한 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북측이 우리보다는 외래어·외국어를 덜 쓰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스킨로션을 살결물이라고 하는 등 순우리말을 잘 다듬어 쓰는 사례가 많다.‘전구’(電球)를 듣기 민망한 ‘불알’로 고치는 식의 억지스러운 조어도 많긴 하다. 그렇다면 샹들리에는 ‘떼불알’로 바꿔야 하느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이니.

북한에선 최초인,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에서 열린 골프대회인 NH농협오픈을 계기로 낯선 북한 골프 용어들을 접했다. 아이언을 ‘쇠채’, 우드를 ‘나무채’, 드라이버를 ‘제일 긴 나무채’라고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워터해저드를 ‘물방해물’로, 그린을 ‘정착지’라고 한다니 우리에겐 하나같이 생소하다.60여년의 남북 분단을 실감케 한다.

남북간 스포츠나 생활 용어야 달라도 아직은 큰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업기술 용어의 이질성은 당장의 ‘발등의 불’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남북 간에는 제품 규격을 비롯해 분류 체계, 평가 등에 쓰이는 용어가 달라 긴밀한 산업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성공단에선 남북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남측 기술진이 ‘자동차 타이어’나 ‘합성’이라고 하는 데 반해 북측 노동자는 ‘자동차 다이야’,‘맞닿이’라고 한다니 그럴 것도 같다. 남북 산업기술 용어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형직사범대학 노어과에 재직하다가 탈북한 김현식(현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 교수는 “남한말을 못 알아먹어 모멸감과 소외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남북 경협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적 접촉에서도 남북 겨레간에 말부터 잘 통해야 통일의 길도 앞당겨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10-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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