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서 인터넷 OK”

“시속 100㎞서 인터넷 OK”

박건형 기자
입력 2007-10-22 00:00
업데이트 200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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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이동통신’개발 카운트다운

시속 100㎞가 넘게 달리는 자동차나 기차 안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하고,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는 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길어야 5년 이내에 등장할 4세대(G) 이동통신이 제시하는 미래상이다.4G 이동통신은 생활 환경과 모습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통신기업들은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4G 이동통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출지, 어느 기업과 국가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산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가 19일 3G 국제표준으로 공인되면서 2010년경 표준이 결정되는 4G 이동통신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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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3세대 세계표준 인정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주도하는 와이브로가 4세대 이동통신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3.5세대 정도 수준으로 평가되는 와이브로는 4세대 이동통신의 유력기술로 인정받는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접속(OFDMA)에 기반을 두고 있다.OFDMA는 넓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자의 정보량에 따라 임의로 분할해 할당해 전송할 수 있도록 한 방식으로 기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나 유럽형이동통신(GSM) 방식에 비해 전송량과 전송속도 모두 월등히 우수하다. 특히 와이브로는 고속 이동 때에도 끊김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확정된 기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송속도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와이브로는 KT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한 이후 소비자 반응이 낮고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미국 3위의 이동통신 사업자 스프린트넥스텔이 본격적인 도입에 나서고 일본, 유럽, 중남미 등에서도 상용화가 가시화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기업들이 와이브로 장비 및 단말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정환우 상무는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가세는 와이브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데이터에 강점을 갖고 있는 와이브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4G 이동통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인텔 등 4세대 표준경쟁 치열

와이브로와 경쟁관계를 구축하며 4G 이동통신을 지향하고 있는 기술로는 3G LTE(Long Term Evolution)과 중국의 TD-SCDMA가 꼽힌다.LG전자, 노텔 등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3G LTE는 3.9세대 정도로 평가되며 전세계적으로 구축된 HSDPA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지국과 중계기, 단말기를 모두 새로 개발해야 하는 와이브로에 비해 3G LTE는 기존 HSDPA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면서 “특히 음성통화에 있어서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음성을 사용하거나, 별도로 음성모뎀을 탑재해야 하는 와이브로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고 말했다.

시분할 동기 코드 분할 다중 접속(TD-SCDMA)은 중국 정부가 와이브로의 표준 채택을 끝까지 반대했던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TD-SCDMA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몇 년째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국에서만 전세계의 20%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TD-SCDMA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문제점으로 인해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고, 다른 기술과의 연동성 문제를 SK텔레콤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는 등 세계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HSDPA망 활용 대중화 쉬워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4G 이동통신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가장 신경쓰는 업체는 이동통신 시장의 맹주인 퀄컴이다.CDMA 원천기술 하나로 10년 넘게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했던 퀄컴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폭풍전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퀄컴이 2010년경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울트라모바일브로드밴드(UMB)나 OFDMA와 관련된 원천기술 문제 등이 조만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UMB는 퀄컴이 구상중인 4G 기술로 OFDM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뚜렷한 사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퀄컴이 지난 2005년 플라리온을 인수하면서 갖게 된 OFDMA 관련 특허를 두고 ‘제2의 CDMA 로열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퀄컴 관계자는 “아직까지 플라리온이 어떤 특허를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플라리온이 OFDMA 기술의 상용화와 관련돼 피해갈 수 없는 특허를 대거 갖고 있다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와이브로를 ‘우리 기술’이라고 밝히고 있는 근거 자체가 희박해질 수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7-10-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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