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제는 그린오션이다/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이제는 그린오션이다/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입력 2007-10-20 00:00
업데이트 200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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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P&G, 유니레버, 네슬레 같은 세계적 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요구될까? 이제는 가격, 품질, 마케팅 경쟁력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능력이 필요할 듯하다. 얼마 전,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공동대응안을 발표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배출량감소 대책을 제출받기로 결의했다. 월마트는 이미 납품업체에 에너지효율에 대한 데이터제출을 요청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환경파괴의 징후들이 가시화되면서 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 강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등 공해 유발산업에 대한 국제수준의 다양한 규제들이 발효되는가 하면,NGO를 중심으로 강력한 감시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EU의 경우, 현재 납, 수은, 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이 포함된 전자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2012년부터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20g 이하’로 줄이는 법안을 내놓기로 하는 등 매년 규제의 고삐는 조금씩 조여지고 있다.

이제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늘어난 환경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제프 이멜트 GE회장의 말처럼 ‘Green is Green’, 즉,‘환경이 달러’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단계부터 환경오염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청정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업체 관리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생존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그린오션’(Green Ocean)으로 불리는 친환경 제품시장 선점을 통해 위협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기업 GE는 2005년,‘에코매지네이션(Eco+Imagination)’ 경영을 선포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 에너지 효율화 제고를 일관되게 추진하여 풍력터빈, 태양광전지 등의 제품을 통해 이 분야에서만 한 해 10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도 1997년 업계 최초로 친환경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래, 올해 5월까지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는 히트를 기록하며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같은 환경경영에 대한 노력은 신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 및 품질경쟁력 상승과 브랜드, 기업이미지 제고라는 부가적인 산물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성공의 결정적인 원인은 가솔린 차량을 능가하는 훌륭한 연비 구현과 환경친화라는 긍정적 이미지의 투영이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에도 전 세계 환경규제 강화의 체감온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의무’를 명문화한 미국과의 FTA 체결과 이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환경규제를 내걸 것이 확실한 EU와의 FTA협상은, 환경경영을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환경경영을 ‘투자’라기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이제는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세계 환경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고 부가가치 ‘그린오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해 온 중소기업들이 당장 부담하게 될 환경비용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회는 언제나 위기로부터 찾아왔다. 환경경영이 신음하고 있는 우리 터전을 보호하고 기업들에는 새로운 이윤창출의 장을 제공하는 성공적인 윈-윈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7-10-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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