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TV와 차별화 못한 남북정상회담 보도/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TV와 차별화 못한 남북정상회담 보도/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07-10-09 00:00
업데이트 200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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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지난 한 주 신문을 장식한 빅뉴스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주인공은 텔레비전이었다.7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 녹화된 테이프를 기다리던 것과 다르게 정상회담의 주요 소식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회담과정 내내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고 이를 통한 정치효과 역시 매우 컸다. 남북정상회담 그 자체가 거대한 미디어 이벤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서는 장면에서부터,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한 평양에서의 환영행사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지난 4일 노 대통령의 귀환 때에는 9시 뉴스시간대에 맞춰 도라산역에서 대통령의 상세한 귀국보고가 생중계로 이어졌다. 귀환 당일 심야시간에 방송된 각 방송사의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에는 정상회담의 주요 배석인사들이 참여해서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정상회담 전후로 모든 정치행사가 텔레비전에 맞춰진 듯했다.

역동감있는 텔레비전 중계를 보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본 신문은 식어버린 죽 같기도 하다.

내용이 새롭지 않고, 이미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정리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광속의 시대에 신문이 갖는 기능적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세계신문업계의 공통된 과제로 최근 몇년간 고민되어온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경향이 데드라인기사에서 기획기사로 1면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 시각적 이미지의 강조,‘무엇이 발생했나’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아’로 보도의 방향을 바꾸는 것, 심층 해설기사의 강화 등이다.

국내 신문도 이러한 경향을 좇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1면의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기사의 수보다는 깊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보도에서도 많은 신문들이 남북정상선언 이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자매체와 기능적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신문 역시 정상선언 이틀 후인 10월6일자부터 향후에 미칠 영향과 현안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꼼꼼히 읽어보면 텔레비전 뉴스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른 경쟁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빈약한 취재원에 있다. 예를 들어 6일자 ‘경협비용 최대 11조원’이라는 긴 해설기사의 경우 타 언론사와 같이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존해서 작성했지만, 연구원 자료 이외에 실명 취재원이 발견되지 않는다. 반면 돈 오보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와의 인터뷰기사는 미국 내 전문가의 시각을 보여주어서 유익했다.

서울신문은 고급 취재원을 보다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은 신문이 이종매체와 경쟁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신문기자의 생명력은 취재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취재원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지식경영의 일부이다. 우수한 취재원을 기자들이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뉴스룸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기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신문사들은 라디오 저널리즘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라디오저널리즘은 다양한 전문가를 사안별로 초대한다.

자사 기자에 의존하지 않고 신문기자나 인터넷매체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급한 사안을 정리하기도 한다. 탄력적으로 취재원을 연결하고, 경계선을 긋지 않고 누구든지 협력자로 만들어서 깊이있는 정보를 주려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결국, 정보상품으로서 신문의 효용가치는 생생한 현장감이나 속보라기보다는 깊이와 적절성으로 대표되는 뉴스의 품질에 있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7-10-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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