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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경찰 민중의 몽둥이?

‘적반하장’ 경찰 민중의 몽둥이?

류지영 기자
입력 2007-06-25 00:00
업데이트 2007-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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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순찰차로 어린이를 치고도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항의하는 아버지를 형사입건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24일 서울 강서경찰서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2동 H태권도장 앞 골목에서 이 동네에 사는 A(4)양이 강서경찰서 지구대 소속 최모·이모 경사가 탄 순찰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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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찰차를 운전했던 최 경사가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쓰러진 A양을 지켜 보기만 했다는 게 동네 주민들의 증언이다.

곧바로 인근에 있던 A양 아버지(40)가 달려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최 경사는 A양을 외면한 채 “보험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며 사고처리를 위해 순찰차 주변에 흰색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경찰의 고압적인 행동에 격분한 동네 주민 20여명이 경찰을 에워싸고 항의하자 최 경사는 “아이가 피만 안 나면 된 거 아니냐. 따지는 사람들을 모두 연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최 경사와 A양 아버지 간의 실랑이가 이어졌고, 최 경사는 갑자기 “나를 폭행했으니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하겠다.”며 A양 아버지를 입건했다. 결국 30여분간 방치돼 있던 A양은 어머니에 의해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됐다.

최 경사는 사건 직후 “A양 아버지의 폭행을 입증할 진단서를 첨부하겠다.”며 병원에 일주일가량 입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한 주민들은 “사고를 낸 경찰이 오히려 동네 주민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쳐 무서웠다.”면서 “피해자 아이의 아버지가 입건되는 공권력의 횡포를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A양의 아버지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모두 맞다.”면서 “당시 억울한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다행히 아이의 건강에 별 문제가 없고 경찰도 ‘입건을 하지 않고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할 테니 언론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주민들이 흥분한 상태에서 지켜본 탓에 상황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면서 “사고직후 최 경사와 동승했던 이 경사가 곧바로 내려 아이를 보호했으며, 최 경사는 당시 너무 놀라 A양 부모가 올 때까지 앉아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피만 안 나면 된다.’는 발언도 ‘아이가 피가 안 나니 괜찮은 것 같다.’는 안도의 의미였으며, 주민들에게 ‘연행하겠다.’고 한 것은 주민들이 워낙 거세게 항의하고 욕을 해 경찰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아 주변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경사가 워낙 왜소한 사람인데 A양 아버지가 팔목을 세게 붙잡아 이를 놓으라고 수차례 경고했는데도 듣지 않아 그랬던 것”이라면서 “A양 아버지를 조사해 형사계에 넘기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형사계 쪽에서 ‘말이 안된다.’고 반려했다. 입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7-06-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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