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팀승리보다 개인기록이 우선?

[박기철의 플레이볼] 팀승리보다 개인기록이 우선?

입력 2007-05-01 00:00
업데이트 2007-05-0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07년 5월 프로 데뷔 6년차인 ‘강타자’군은 입단 이후 처음으로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입단 이래 평균 타율 2할8푼대를 유지했고 한번은 3할에 턱걸이도 했지만 팬이나 구단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적은 없었다.6년차에 접어든 올해 그는 슬슬 자유계약선수(FA)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오늘 확실한 인상을 새겨주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 타석에서는 주자를 1루에 두고 좌월 시즌 두 번째 홈런을 쳤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2사후 안타를 쳤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2사2루에서 좌중간 외야를 꿰뚫는 2루타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이자 자신의 세 번째 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8회말 2사. 팀이 3-0으로 이기고 있으니 3루타 하나면 내일 신문은 온통 사이클링 히트를 친 그의 이름으로 장식될 터였다.

그런데 초구를 끌어친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고 말았다. 그는 1루를 밟고 2루를 지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홈플레이트를 공과하면 3루타가 되므로 사이클링 히트로 기록되겠지.”.3루 코치도 묵인했다. 부담없이 홈플레이트를 지나쳐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가 공과에 대한 어필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이클링 히트의 기록을 내주기 싫은 건 상대팀도 마찬가지. 그러나 상대 감독이 포수에게 어필을 지시한 덕에 홈런은 취소되고 강타자군의 소원대로 3루타가 됐다. 그러나 경기는 상대팀이 9회초 3득점해 연장전에 들어갔고, 결국 팀은 역전패했다. 이 경기에서 강타자군의 공과는 어떻게 매겨야 할까.

야구가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 기록이 중요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팀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록은 대기록이라도 의미가 없다. 이런 분명한 명제를 가진 야구 기록이건만 자신의 기록을 위해 팀의 승리를 외면하는 경우는 불행하게도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많은 사이클링 히트에는 자신의 기록을 위해 팀의 이익을 저버린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다른 기록 항목도 마찬가지다. 승리투수를 특정 선수에게 주려고 잘 던지는 선발 투수를 바꿔버리고, 평균자책점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실책을 해 점수를 헌납한 사례도 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완전히 막기란 불가능하다. 프로 선수로서의 어마어마한 몸값은 충분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그런 사례를 막기 위해 가능한 노력은 다해야 한다. 역전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강타자군의 홈플레이트 공과에 팀이나 동료, 언론의 비난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기록이라도 팀의 승리보다 가치가 크지는 않다.4타수 4안타 4타점 2홈런이 사이클링 히트보다 못한가. 도대체 사이클링 히트가 뭔데.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2007-05-01 24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