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빅뱅온다] “외국 로펌이 무서운건 서비스 태도”

입력 : ㅣ 수정 : 1970-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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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로펌은 개방을 앞둔 한국 법률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세계적인 영·미계 로펌에서 한국 고객에 대한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3명에게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홍콩 사무소에 있는 미국계 로펌 ‘셔먼 앤드 스털링’의 이경원(43) 변호사와 영국계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이상훈(39) 변호사는 국제 전화로 각각 인터뷰를 했다.‘심슨 대처 앤드 바틀렛’의 손영진 변호사는 마침 서울에 출장중이어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한국경제 세계10위권 규모 작지 않아

▶중국과 일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한국 법률 시장이 다국적 로펌에 어느 정도 매력이 있을까.

손영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지 않은가. 이에 따른 ‘한국향·발(inbound·outbound)’ 업무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너무 작아서 경제성이 없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몇개 로펌이 들어오느냐가 문제다.

이경원 물론 많은 로펌들이 이익을 내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10여개 정도의 외국 로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순수 국내 시장만 보면 작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를 돕는 것이 우리의 업무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만 국한시켜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국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계획은.

손영진 지금 한국 고객을 위해 활동하는 로펌들이 1단계 개방에서 모두 한국 사무소를 둘지는 모른다. 의견이 분분한데, 사무소를 두면 접근성은 좋아지겠지만 업무 자체는 이전과 크게 차별되지 않을 것이다.

이경원 해외시장 진출도 결국은 사업인데 관심 있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갈 수는 없고, 법률시장 개방의 형태와 조건 등 시장요소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훈 링크레이터스가 다소 보수적인 조직이라 해외에 진출할 때 처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해외에 지사가 많은데, 새로운 지역을 개척할 때 전략은.

손영진 과거의 경우를 보면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에 있어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인 변호사는 1990년대부터 항상 활동해 왔지만 중요한 건 집중의 정도다. 그냥 한국인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 및 로펌 본사의 경영진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이경원 한국 말을 하지 못하는 외국 사람들을 변호사로 정하고 완전히 신뢰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그래서 바로 그 나라 사람을 앞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쓴다. 외국계 로펌에서 일하는 한국인 변호사들의 배경은 다르겠지만, 일단 한국말을 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이상훈 개개인의 고객보다 로펌 전체로 봤을 때 고객이 될 수 있는지를 본다. 한국 기업 한 군데를 고객으로 삼는다고 해도 그 중 홍콩,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을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다.

●언어·문화 익숙한 한국인 집중투입

▶한국인 변호사가 몇명인가.

손영진 홍콩에 있는 한국쪽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변호사만 8명이고, 이 중 파트너 변호사가 2명이다. 뉴욕 본사와 팔로알토(샌프란시스코 부근) 지사 등에 있는 한국인 변호사까지 합하면 20명 정도가 된다. 요즘 외국인이 와서 영어로 하고 그걸 다시 통역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한국 고객들은 한국말도 못하는 사람이 나왔냐고 불평할 정도다.2개 언어 사용은 기본이다.

이경원 홍콩에 3명,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10여명 등이 있다. 한국에서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팀을 꾸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상훈 홍콩에 6명, 일본에 2명 있다. 한국 법률시장을 염두에 둔 측면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는 어느 지역에나 똑같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동등한 능력의 인재를 뽑게 됐고, 그 중에 한국인이 많았던 것이다. 언어와 문화에 능숙해 메리트(장점)가 있고 더 유리한 부분은 확실히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국내 법조계의 가장 큰 걱정은 막강한 자본력의 외국 로펌에 의해 국내 시장이 잠식되는 것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손영진 가장 높은 정도의 개방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외국 로펌이 주력하는 분야는 캐피털 마켓(자본시장), 인수·합병, 계약 라이선싱, 해외송사 등으로, 이건 지금도 하고 있는 분야다. 개방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쟁하며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원 개방의 형태와 영역에 따라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외국로펌이 자본시장이나 인수·합병과 관련, 자국법만 자문하게 되면 한국 로펌과 경쟁할 부분이 별로 없다.

이상훈 외국 로펌과 토종 로펌이 맡는 영역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윈-윈’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 로펌의 능력이 뛰어나다. 외국 자본에 의해 시장이 잠식된 독일의 경우 개방 전에 한국처럼 큰 로펌들이 없었다. 지금 기업형 로펌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 법률시장은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은 개방 뒤에도 토종들이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법과 관계없는 것까지 총체적 자문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보나.

손영진 오랜 기간 해외시장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서비스에 임하는 자세가 장점이라고 본다. 우리의 임무는 문제점을 찾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거다. 문제는 최고로 잘 찾아내는데,‘법으로 안 된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면 변호사 역할 면에서는 아무것도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법과 관계없는 부분까지 총체적인 자문을 해준다. 외국 로펌이 무서운 것은 이런 접근 태도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100년 이상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 요즘 복잡한 금융 구조가 많은데, 우리는 한 시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배운 것을 저 시장의 고객에게 자문해줄 수 있다. 인수·합병만 하더라도 전세계에서 모든 종류와 유형을 다 다뤄봤기 때문에 노하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7-04-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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