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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대 ID·패스워드 1인당 5~6개… “아유~ 헷갈려!”

인터넷시대 ID·패스워드 1인당 5~6개… “아유~ 헷갈려!”

강아연 기자
입력 2007-04-18 00:00
업데이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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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가 뭐였더라…, 패스워드(비밀번호)를 뭘로 바꿨지?” 국내 인터넷 인구와 각종 사이트 수가 급증하면서 ‘아이디·패스워드’ 외우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홈쇼핑, 은행, 증권 등 1인당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여개에 이르면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외워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 사이트 등은 보안상 비밀번호를 적어두기가 쉽지 않아 매일 같이 비밀번호를 습관처럼 외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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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가입자 수는 다음 2200만명, 네이버 2600만명, 네이트닷컴 2300만명 등으로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이 이들 사이트에 가입돼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수는 34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4.8%에 이른다.

금융거래 하려면 5∼6개 패스워드 외워야

사이버 증권거래를 하는 회사원 박모(52)씨는 친구에게 돈을 이체하려다 비밀번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사이버 거래를 하려면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은행 비밀번호, 자금이체 비밀번호 등 5∼6가지를 입력해야 하는데 잘 이용하지 않던 자금이체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계좌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둘 수도 없고 외울 수밖에 없는데 다른 사이트와 헷갈릴 때가 많아 고생을 한다.”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라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자칭 디지털노마드족인 대학생 김모(23)씨는 하루에 즐겨찾기하는 사이트만 어림잡아 30여개다. 이들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만 6개, 패스워드만 5개 정도라 헷갈릴 때가 많다. 김씨는 아이디는 잘 기억하는 반면 패스워드를 매번 잊어 버려 미로찾기를 하곤 한다.

헷갈리지 않도록 10여개 사이트에 동일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가입한 윤모(30)씨는 최근 자신의 이메일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보니 3년간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윤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여러 사이트를 이용해 왔던 것이다. 그는 뒤늦게 비밀번호를 바꿔야 했다.

잊지 않으려 비밀번호 습관적으로 암송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인터넷 뱅킹을 위해 받아 놓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매번 잊어 버린다. 그래서 거의 매 분기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서 은행에 간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예전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꼭 새로운 비밀번호를 설정하라고 한다. 그는 “새 비밀번호를 만드니까 또다시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만 한다.”고 머리를 싸맸다.

자영업자 한모(38)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뒤늦게 가입하려니 외우기 쉬운 단어는 모두 있어 어렵게 만들다 보니 자주 잊어 버린다.”면서 “비밀번호 또한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가끔씩 비밀번호로 만든 군번, 학번 등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 관계자는 “아이디·패스워드를 잊어 버려 웹상에서 확인하는 건수는 하루에 보조이메일 2000∼3000건, 휴대전화 인증 5000∼6000건, 신분증 사본 전송 50여건, 전화문의 100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다 빨리 개인정보를 기억해낼 수 있도록 꾸준히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정보 보호가 가장 중요한 만큼 보안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기능을 개발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이버상에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자신을 나타내는데 사이트간 통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복합정체성을 가지게 됐다.”면서 “현대인은 사이버 세계의 일로 현실 세계에서도 동시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사용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터득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7-04-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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