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봄날 새벽 과거시험장’. 한 사람의 선비를 위해 자리를 잡아주는 힘센 선접군(先接軍)과 답안을 지어주는 거벽(巨擘), 글씨를 써주는 사수(寫手), 심부름하는 노비가 햇별가리개(日傘·햇볕가리개) 마다 한 접(接)을 이뤘다.
정병모 경주대 교수 제공
정병모 경주대 교수 제공
그림 상단에는 단원의 후원자였던 표암 강세황이 쓴 제발(題跋)이 별지로 붙어 있다.‘봄날 새벽 과거시험장에서 만마리 개미가 전쟁을 벌인다.’는 뜻의 ‘공원춘효만의전(貢院春曉萬蟻戰)’으로 시작한다. 공원은 당나라 시대에 과거를 치르던 시험장을 이른다. 이 그림은 단원이 1778년 화가 강희언의 담졸헌에서 그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행려풍속도병’과 비슷한 형식과 화풍을 보이고 있어 같은 시기 제작된 것으로 정 교수는 추정했다. 그동안 조선시대 과거시험 장면을 담은 풍속화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19세기 작품으로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평생도’ 가운데 ‘소과응시’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정 교수는 “김홍도의 그림으로 그동안 기록으로만 간간이 접했던 난장판 같은 과거 시험장의 실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역사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7-04-12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