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발의 겁나 대통령 국회연설 막겠다니

[사설] 개헌발의 겁나 대통령 국회연설 막겠다니

입력 2007-04-11 00:00
업데이트 2007-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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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개헌발의 국회 연설을 막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개헌발의의 장을 펼쳐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8일쯤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회에서 연설을 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다. 치졸하고 용렬하다. 개헌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막겠다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은 “개헌안이 발의되면 어차피 국회에서 토론이 이뤄질 것이므로, 구태어 국회에서 연설을 하지 말고 문서로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궁색하다. 서면으로 하면 되고, 국회연설은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국민들 입장에선 찬반을 떠나 황당하고 불쾌하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현안이 있다면 국회에서 토론하고 민의를 수렴하는 게 순리 아닌가.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넓은 의미의 권한을 보장하기보다는,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해 개헌발의에 앞서 보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것을 당부했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국회가 주요 토론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이 발의하는 형식이다. 국회에서 발의의 취지나 의지를 확인하는 건 당리당략을 떠나 합당한 처사라고 본다. 개헌발의를 무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과는 별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이 불필요하고, 의미가 없다면 그것대로 논리를 펼치면 될 일이다. 최종적으로 표결로 처리하면 된다. 개헌발의 연설을 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연설이 이뤄지면 집단 퇴장한다든지의 전략이야말로 수권을 주장하는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은 아니라 할 것이다.

2007-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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