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공직퇴출 찻잔속 태풍?/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공직퇴출 찻잔속 태풍?/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입력 2007-03-27 00:00
업데이트 200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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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특임논설위원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공직자 퇴출 바람이 거세다. 능력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무능과 부패, 무사안일의 공직자를 걸러내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그들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 충실하게 봉사토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은행, 중앙행정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퇴출제는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모든 공직이 퇴출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퇴출 바람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제도로 정착되기보다는, 빈수레가 요란하듯이 결과물 없이 시늉만 내거나 일과성 바람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것은 첫째, 퇴출자 선정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법적인 기준과 절차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특히 그렇다. 이를테면 서울시에서는 부서장과 차상급자의 토론, 인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부적격자를 선정해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성과관리체제는 중앙부처보다 더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4년 임기의 단체장들이 특정 인사를 손보거나 낙하산 인사를 위해 퇴출제를 악용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공정한 기준과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고는 부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두번째 걸림돌은 온정주의, 무사안일주의다.‘신이 내린 직장’ 한국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근무성적 평정에서 5차례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면 퇴출하는 ‘5진 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5차례 연속 하위 5%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중앙부처도 지난해 7월부터 고위공무원단 1300여명을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했으나 80∼90%가 탁월 또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2005년부터 4급 이하 일반 행정공무원들에게도 퇴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직권 면직된 공무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체 공무원 93만 3663명(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국가공무원이 59만 1669명이다. 이 중 별도의 근무성적평정 체제를 갖추고 있는 교육공무원과 경찰공무원, 고위공무원단을 제외하면 4급 이하 일반 공무원은 10만명에 이른다. 온정주의적 평정으론 성과관리체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4급 공무원 중 상당수는 고위공무원단 진입 역량 평가제를 통해 탈락하고 있다고 한다.

인사 혁신의 요체는 온정주의를 배제한 성과관리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관리가 누적되어야 인사 혁신을 제도화할 수 있다. 보직, 승진, 퇴출의 기준은 성과일 수밖에 없다. 초법적이거나 강제 할당식의 퇴출은 노조와 당사자들의 저항으로 인사 혁신의 제도화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무원 숙정을 명분으로 많은 공무원을 해직했지만 대부분이 소송을 통해 복직했다. 아울러 퇴출자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조직에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이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개발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2007-03-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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