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 시안 발표] 노대통령, 대선주자들 압박 정국 주도

[정부 개헌 시안 발표] 노대통령, 대선주자들 압박 정국 주도

구혜영 기자
입력 2007-03-09 00:00
업데이트 200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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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헌정국’의 도래를 공식화한 노무현 대통령의 회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 있다.‘정치권과 대선후보 희망자들이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내용을 명확하게 합의하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로 넘길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의 협상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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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보인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은 개헌안 통과를 위해 대화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노 대통령도 회견에서 “일차적 목표는 개헌이지 발의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퇴로 모색은 이번 제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안에 앞서 분명한 단서를 붙였다. 각 당이 당론으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만약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날 제안한 내용의 개헌은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정치권의 타당한 조치가 없다면 이달 중에 발의하겠다.’는 대목에 일단 힘이 실려 있다.

정치권의 기류로 보면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에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 관측이 가능하다.

먼저 노 대통령이 개헌정국을 계기로 정치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의 이후 정치권의 논의를 거치는 60일 동안 노 대통령은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면서 정국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믿는다는 측면에서 함의를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옳다면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승부를 걸지 않았냐.”며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지금으로서는 발의 이후 노 대통령 의중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부결되면 그것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다. 모종의 조치로 ‘임기단축’ 카드가 여전히 살아 있지 않겠냐는 예측을 해볼 수 있다.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에 대한 입장을 끊임없이 묻겠다는 의도가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압박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범여권은 노 대통령의 우호적 파트너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범여권의 정국 주도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상황에서 개헌 국면이 닥치면 노 대통령과 누가 먼저 파트너 선언을 할 것인지가 초점이다.

범여권이 찬반 의견표명을 위해서라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통합신당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우선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계속할 것인지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문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대타협은 어려워진 분위기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군소 야당들마저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핵심은 한나라당이다. 개헌은 필요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선주자 ‘빅3’는 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하는 것을 포함한 개헌 공약을 제시하면 개헌안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임기단축은 대통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향후에도 반대 일변도의 대응은 어려울 성싶다. 유력 주자를 제외한 대선 주자들의 경우 내부 구도를 흔들려는 정략적 판단을 할 개연성도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개헌 성사시키려 발의 퇴로 모색할 이유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헌법개정 시안 발표에 즈음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과 대선 후보자들이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 합의가 이뤄진다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로 넘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각 당이 다음 정부에서 개헌하겠다는 합의를 하거나 대국민 공약을 한다면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당론으론 결정됐는데 유력한 대선주자가 반대할 경우 어떻게 되나.

-우리가 유력한 후보라고 일반적으로 현재 추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정당의 당론으로 함께 표현될 정도면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 정도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는 합의 또는 협상이 이뤄지거나, 국민에게 발표하는 여러 과정에서 형식·시간·절차·내용 등이 종합돼서 결정될 것이다.

그때 반응이 나와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면 그 상황을 보면서 신뢰할 만하다, 하지 않다 하는 것을 함께 판단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당 대표 및 후보들을 상대로 협상을 제안했는데, 언제까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각 정당이나 당사자들이 반응하는 데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 반응도 없으면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3월 중으로 가부간 판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의한 뒤 반응이나 대화가 있더라도 성의 없는 정치적 시간 끌기라든지, 정략적 제기라면 대응할 이유가 없다. 국민 앞에 다음 정부에서 하자고 했으니 책임 있게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노력이 있으면 저도 개헌안을 철회할 건지 그대로 유지할 건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이 차기 대선주자를 확정하지도 않은 마당에 대통령의 제안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현 정부내 개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퇴로를 확보한 게 아닌가.

-개헌 발의 문제로 퇴로를 모색할 이유가 없다. 개헌이 되든 안 되든 발의목적이 있다면 거침없이 발의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개헌 발의가 아니라 개헌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닌 이상 타협을 해서라도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건 차선이 된다고 생각한다. 퇴로를 모색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개헌을 성사시키고 싶어 이 제안을 하는 것이다.

토론을 살려 보고 싶다. 그래서 가급적 임기 안에 하고, 아니라도 토론과정을 거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개헌 방안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면 정치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회복되지 않겠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본시 공약의 주체는 당이다. 다만 후보가 중요한 건 당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음 정부에서 하려면 대통령 임기를 반드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가 다음 정부에서 개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임기에 대한 공약을 해야 한다. 새로이 후보 선언을 하는 분이 있다면 그때 입장을 밝히는 게 맞다.

▶정확한 발의시점을 밝혀 달라. 만약 4월 초 발의된다면 국회의결, 국민투표 감안할 때 (공포는)7월 초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각 당의 경선 과정을 감안할 때 생각하는 개헌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1월9일 개헌을 제안할 때는 3월 초면 충분히 공론이 수렴될 것으로 봤다. 근데 논의 자체가 잘 일어나지도 않고 지금 계속해서 일부 언론들이 소방수 불 끄듯이 논의를 자꾸 끄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하겠다는 확약에 가까운 제안이 나온다면 물론 받을 것이다. 하지만 왜 다음 정부인지를 아울러 설명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87년에는 8,9월경 발의가 돼서 10월경에 개헌이 이뤄지고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했다. 그래도 대통령 선거 시간이 모자랐다는 느낌이기보다는 대통령 선거 정말 지겹게 했다는 그런 느낌 받고 있다.4월에 발의하면 실질적인 결판은 국회의결 시한인 60일 안에 나지 않겠는가.6월 초순이다. 그 뒤에도 대통령 선거 두 번도 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7-03-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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