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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배불뚝이 만드는 탈장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배불뚝이 만드는 탈장

입력 2007-03-01 00:00
업데이트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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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한 쪽 음낭이 유난히 큰 고향 친구가 있었다. 더위를 피해 저수지에서 멱이라도 감을 때면 그 친구는 ‘짝짝이 음낭’을 몹시 부끄러워했고, 철 없는 우리는 뜻도 모른 채 ‘토상불알’이라며 그를 놀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낭수종이거나, 서혜부(대퇴부의 기저 부위) 탈장으로 음낭에 물이 찼거나, 아니면 장이 내려와 있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탈장은 장기가 약한 복벽을 뚫고 밀려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경우가 복부의 좌·우측 아래로 나오는 유형이고, 그 아래, 즉 대퇴부와 복부 사이로 나오는 대퇴부 탈장, 배꼽 주위로 나오는 제대탈장이 있다. 원래 남자의 고환도 태아 때는 여자의 난소처럼 복부 안에 있다가 온도가 낮은 곳을 찾아 이동, 서혜부를 거쳐 음낭에 자리잡게 된다. 이렇게 보면 음낭은 인체가 수용한 자연적인 탈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환과 연결된 정관은 서혜부를 거쳐 복부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요도와 이어지게 된다. 이때 정관이 복벽을 지나는 곳이 바로 서혜부다. 이곳은 다른 복벽보다 약해 장이 밀려나오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태아의 고환이 밖으로 나올 때 복막을 끌고 나와 탈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탈장주머니의 일부가 막혀 물이 고이면 음낭수종이 된다.

서혜부 탈장이나 음낭수종은 수술로만 치료되는 병이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대개 선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만 절개해 탈장주머니를 자른 뒤 묶어주면 된다. 통증도 별로 없어 수술 다음날 퇴원할 수도 있다. 성인 탈장은 복벽이 약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벽을 튼튼하게 보강해줘야 재발이 적다. 예전에는 단단한 조직을 끌어당겨 봉합했으나 통증과 재발이 문제가 돼 요즘에는 인공 막으로 보강한다. 배꼽으로 장이 밀려나오는 제대탈장은 선천적인 경우가 많아 대개 5세까지는 지켜보다가 없어지지 않으면 수술을 시도한다. 그 고향 친구 생각이 난다. 그때 바로 수술했더라면 놀림을 당하지도 않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대항병원장

2007-03-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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