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독서광’ 장정일의 깊은 사유

[코드로 읽는책] ‘독서광’ 장정일의 깊은 사유

김종면 기자
입력 2006-11-18 00:00
업데이트 200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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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장정일 지음

장정일(44)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비록 고등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 만만찮은 지적 내공을 갖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가 됐다. 독학으로 일군 그의 성공 스토리는 학력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뭐든 알고 싶어 글을 읽어온 그는 가히 우리 시대의 ‘문화 프로메테우스’라 할 만하다. 그가 기존의 인문 교양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문학 에세이집을 내놓았다.‘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로서 장정일은 늘 일반의 기대를 배반한다. 하지만 그 낯설고 독특한 글쓰기 형식과 내용에 독자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이 책 또한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 살아 있다. 사유를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도발적 비판으로 가득하다. 책은 모두 23개의 화두로 엮어져 있다.‘이광수를 위한 변명’‘철학의 오만’‘엘리자베스 1세:영국사의 한 장면’‘2007년, 아마겟돈’등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주제들이다.

책은 한국 근대문학의 거장 춘원 이광수가 변절하게 된 역설을 꼼꼼히 살핀다. 저자도 지적하듯, 춘원이 민족개조론을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뒤에서 안창호가 복화술을 하는 것으로 여겼을 만큼 민족개조론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친일논리로 매도되는 민족개조론이 춘원의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춘원으로 하여금 그토록 민족개조론에 기울도록 한 내면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우리는 마침내 남과 같이 번적하게 될 것이로다. 그러할수록에 우리는 더욱 힘을 써야 하겠고, 더욱 큰 인물, 큰 학자, 큰 교육가, 큰 실업가, 큰 예술가, 큰 종교가가 나와야 할 터인데…”라고 부르짖는 춘원의 소설 ‘무정’의 한 대목에서 해답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춘원식’의 나라사랑, 다시 말해 ‘변절’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춘원이 자신의 일상과 가족에 국한된 사소설을 썼다면, 훗날 공소한 계몽과 친일이라는 변절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저자는 일본 영화 ‘배틀 로얄’, 폴 뉴먼 주연의 ‘영광의 탈출’등 영화를 종종 책읽기의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원작의 영화화란 ‘돈키호테’나 ‘삼국지’‘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길고 복잡한 대작을 청소년용 저작으로 축약하는 작업처럼 책을 읽기 싫어하는 대중을 위한 이유식”이라는 게 그의 말. 요컨대 ‘독서꾼’ 장정일이 말하는 진정한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6-11-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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