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극장이 무슬림의 분노를 우려해 오페라 공연을 취소한 데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예술의 자유가 침해됐을 뿐 아니라 무슬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도이체오퍼 극장은 26일(현지시간) 모차르트의 1781년 오페라작 ‘이도메네오’의 11월 공연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보안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대 크레타섬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2002년 초연 때도 주인공 이도메네오왕이 포세이돈과 예수, 부처,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를 들어 보이는 장면이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일간 노이에 프레세 회견에서 “공포에 의한 자기 검열”이라며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를 두려워해 점점 더 후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도 “(공연 취소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마리아 뵈머 통합담당관은 “무슬림 전체를 폭력 혐의자로 모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무슬림중앙협회의 아이만 마지멕 사무총장은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보안 당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09-28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