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척결은 인적 차원과 물적 차원이 있으나 우리는 지난 60여년간 물적 차원의 청산은 손도 대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친일파 후손들은 친일의 대가로 선조들이 차지하게 된 땅을 찾겠다고 정부의 도움을 얻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파렴치한 행태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번 조사작업은 광복 61년, 반민특위가 해산된지 57년만에 민족의 정기를 세우는 작업이 물적 차원에서 재추진되게 됐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편 부끄럽지만 다른 한편 이제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친일파의 재산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 없이 추정치만이 제시되곤 하였다. 친일파 재산이 모두 합쳐 1억 3484만평(445.75㎢)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이완용·송병준 등 대표적 친일파 11명이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 소유했던 토지가 440만평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있다. 정확한 조사작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친일파 재산 환수 작업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우리는 친일파 재산 조사작업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조, 지방자치단체와 국민 모두의 적극 동참이 불가결하다.
조사작업의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선의의 인수자가 느닷없는 손실을 입거나 친일파 후손들이 행정소송을 남발해 환수작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 브로커나 사기범들이 준동할 가능성등이 지적된다. 조사위는 이러한 점도 충분히 고려해 환수작업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