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덧칠된 ‘아빠 어렸을땐’

사랑이 덧칠된 ‘아빠 어렸을땐’

임창용 기자
입력 2006-05-22 00:00
업데이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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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들’에 등장하는 아이보다 더 천진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양달석의 ‘소와목동’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소는 노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놀이의 대상이고, 그래서 작품엔 행복감이 넘친다. 반면 이수억의 ‘구두닦이 소년’엔 전쟁 뒤 삶의 고단함이 진하게 배어 있고, 김기창의 ‘가을’엔 진한 향토색과 함께 노동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아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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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억 ‘구두닦이 소년’, 1952년, 캔버스에 유채, 113.5x75.5cm.
이수억 ‘구두닦이 소년’, 1952년, 캔버스에 유채, 113.5x75.5cm.


화가들이 그린 아이들의 이미지는 매우 다층적이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의 꿈:아이들의 초상’ 전에 가면 이처럼 다양하게 표현된 그림속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김기창 진환 배운성 장우성 도상봉 장욱진 등 우리 근현대 화단의 거장들이 191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남긴 작품들이다.

식구가 곧 노동력으로 생각되던 시절 아이들은 어린 동생을 업고(이영일 ‘시골소녀’), 소를 돌보고(장우성 ‘귀목’), 나물을 캤다(양달석 ‘나물캐는 소녀’).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엔 이수억의 ‘가족도’처럼 돈 벌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듯한, 어머니와 아이들만을 담은 그림들도 많았다. 이같은 현실을 뛰어넘어 풍요한 낙토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아이들의 천진함을 담은 화가들도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이중섭. 은지화 ‘동자’,‘물고기와 아이들’, 종이에 펜과 크레용으로 그린 ‘꽃과 노란 어린이’,‘복숭아와 어린이’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던 이중섭 그림이 모처럼 한꺼번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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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물고기와 아이들’, 1950년대, 하드보드에 유채, 31x49cm.
이중섭 ‘물고기와 아이들’, 1950년대, 하드보드에 유채, 31x49cm.


달덩이 같은 얼굴의 두 소녀가 호랑이와 노는 듯한 최영림의 ‘호동’(虎童), 아이를 유달리 사랑했던 요절화가 이인성의 ‘빨간 옷을 입은 소녀’, 도상봉의 ‘정’ 등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이중 ‘정’(庭)은 도상봉이 1957년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품한 뒤 처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년)도 나왔다. 작은 그림을 주로 그린 박수근의 대작(145.2×97.3㎝)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손자를 안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세련된 구도로 배치했다. 경매가로 치면 최소한 3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미술관 관계자가 귀띔한다.

이밖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장작으로 정진석 추기경의 방에 걸려 있는 월전 장우성의 ‘한국의 성모자’도 나왔으며,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1910년대말∼1920년대초 우리나라의 생활상을 묘사한 판화들도 볼 수 있다. 총 119점.7월30일까지. 관람료 일반 3000원, 학생 1500원.(02)2022-0612.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5-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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