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 ‘상아탑’ 옛말

유럽 대학 ‘상아탑’ 옛말

이석우 기자
입력 2006-05-15 00:00
업데이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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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대학에 미래는 없다?’

과거 인류 지성사를 이끌어 왔던 유럽의 대학들이 재정부족과 평준화정책 등으로 세계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영국에선 저임금에 대한 대학강사 노조의 항의로 학사일정이 마비, 이번 학기 졸업생들이 제때 학위를 받지 못할 위기마저 맞고 있다. 프랑스에선 엘리트 관료를 양성하는 몇몇 특수대학을 제외하곤 평준화로 대학들이 세계 3류급으로 뒤처지고 있으며 대학마다 ‘유령학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영국 대학 집단 유급?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학강사연합(AUT)과 관련단체인 Natfhe가 임금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학기 시험 연기와 학점·성적처리 거부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AUT는 다음달 1일 하루 동안 영국 전대학에 걸쳐 파업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이미 학점·성적 처리는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학기 졸업예정자들의 졸업 및 취업 등이 불투명하게 됐다.AUT측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제때 졸업할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당국과 대학측이 타협을 통한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강사들을 협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학점·성적 처리가 중단돼 이번 학기 졸업이 불투명하게 된 전국 각 대학의 졸업예정자들이 대학당국에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학위나 학점을 제때 얻지 못한 학생들이 외국유학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규모 소송을 준비중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선 긴급조치로 이번 학기에 한해 학점을 이수하지 않아도 졸업시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학력저하, 공신력 추락 등을 이유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대학강사 노조는 강사료가 현실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3년간 23%의 인상을 요구해 왔다.

평준화로 질저하 가속화된 프랑스 대학

일간 르 피가로는 13일(이하 현지시간) 소르본대(파리4대학) 불문과와 불가리아어, 폴란드어 등 일부 학과의 등록 학생중 10∼20%는 행정적으로 등록만 한 뒤 수업에 나오지 않는 ‘유령 학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장 로베르 피트 소르본대 총장이 프랑스대학 시스템의 부패 증세 중 하나로 개탄했다.”면서 대학 총장들은 이런 속임수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다른 대학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학비가 싼 것을 악용, 사회보장, 교통요금 할인 등 혜택을 챙기기 위해 등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12일 프랑스 파리대학의 낭테르 캠퍼스를 소개했다. 재정 부족에, 조직도 엉망이며 변화를 거부하는 프랑스 대학 교육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신문은 르포에서 “이 캠퍼스의 학생은 3만 2000명이나 되지만 학생회관도, 체육관도, 서점도, 학생 신문도 없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없으며, 학생식당은 점심시간 이후엔 아예 문을 닫는다. 중앙도서관은 하루에 10시간만 문을 열고, 일요일과 휴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문은 프랑스에선 고교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대학운영에 필요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아 학위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대학교육이 위기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학생 1명에 대한 정부의 지원액은 연간 8500달러로 고교생 1인당 투자보다도 40%나 적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06-05-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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