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문화재청장의 지나친 의욕/김미경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문화재청장의 지나친 의욕/김미경 문화부 기자

입력 2006-04-12 00:00
업데이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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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2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감은사지 현장에서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해체보고회’를 개최한다. 이 보고회는 서삼층석탑의 부분적인 해체수리 시작을 알리고,2003년부터 시작된 경주 석탑들에 대한 보수정비사업 경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많은 준비를 했던 보고회는 당초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연기됐다.6일 참석하기로 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측에서 “급한 회의가 잡혔으니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행사 관계자는 “유 청장의 스케줄에 맞춰 12일로 연기했으나 이마저 참석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억지로 엿새간 늦춘 행사에 뒤늦게 불참한다는 통보가 오자 주최측은 허탈해 하는 표정이다.

이달 28일 열리는 ‘현충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기념행사’와 ‘황룡사 복원을 위한 국제학술대회’. 공교롭게 개최날짜가 같은 이 두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유 청장측에서 타진하면서 주최측은 일정을 조정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날짜 조정이 불가능한 충무공 행사인데다 학술대회도 국제행사인 만큼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서다. 결국 유 청장이 현충사에 다녀온 뒤 학술대회는 만찬때만 참석하기로 조정됐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문화재관련 행사가 유 청장의 스케줄에 영향을 받는 것은, 그가 ‘얼굴 내밀기’에 지나친 의욕을 보여서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북관대첩비가 돌아오자 유 청장이 관련 행사를 7차례나 개최한 것도,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타계했을 때 공무를 뒤로 한 채 5일이나 휴가를 내고 미국에 간 것도, 영화 ‘왕의 남자’ 제작진에게 공로패를 주기 위해 남사당놀이 공연을 기획한 것도 인기 위주의 행정에 따른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유 청장이 눈에 잘 띄는 이벤트성 행사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정작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꼬집는다. 굳이 이런 지적들이 아니더라도 문화재청의 수장으로서 혹시 놓치고 있는 일들은 없는지 한번쯤 되돌아 봤으면 한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4-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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