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홀리축제에서 만난 자유

인도 홀리축제에서 만난 자유

입력 2006-04-06 00:00
업데이트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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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의 ‘홀리 축제’(Holi festival).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디왈리와 함께 2대 명절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날은 인도 전역에서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빨갛고, 노랗게 색색의 물감을 온 몸에 바른 채 신나게 놀고, 춤추며 즐기는 날이다. 카스트 제도로 신분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인도인들에게 이날만은 아래, 위 구별없이 물감을 서로 던지며 신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소외되고 억눌린 계층들에게 하루 숨통을 틔워주는 날인 셈이다.

글 사진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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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도간에 벽 허문 홀리축제

지난달 15일 인도 델리시 중상류층들이 사는 한 주택가.

떠돌이 악사 2명이 신나게 풍악을 울려대자 집 뒷마당에서 가족끼리 홀리 축제를 즐기던 아누주 카우스힉씨의 가족들이 대문 밖으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물감 가루를 얼굴에 칠하고, 입고 있는 셔츠와 원피스, 바지도 고운 빛깔로 물들였다. 천연 염색제인 헤나 가루에 물을 뿌리면 색깔이 곱게 물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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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예쁘게 온몸에 물감을 들인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홀리 축제’를 즐기는 인도인(큰 사진). 인도에 명상여행을 온 한국인 일행들과 즉석에서 한·인도간 홀리 축제 한마당을 벌였다(작은 사진).
알록달록 예쁘게 온몸에 물감을 들인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홀리 축제’를 즐기는 인도인(큰 사진).
인도에 명상여행을 온 한국인 일행들과 즉석에서 한·인도간 홀리 축제 한마당을 벌였다(작은 사진).
# 물감 칠하며 행복·풍년 기원

신명나는 음악 소리에 바로 옆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고도원의 아침편지’지기 일행 60여명들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골목길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매일 아침 고도원(전 청와대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이 이메일로 전국의 회원 160여만명에게 보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오쇼명상센터’‘니케탄명상요가센터’등 열흘 가까이 ‘인도 명상체험 여행’을 끝내고 막 귀국길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즉석에서 한·인도 합작 홀리 축제 한마당이 벌어졌다. 인도의 북이 한판 축제의 흥을 돋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리의 장구 가락을 맞춰 진도 아리랑이 흘러 나온다. 춤판이라면 뒷짐 지고 서 있을 수 없는 한국 무용가 조수희씨 등이 인도 가족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춤사위가 펼쳐졌다. 음악과 춤에는 국경이 없는 법. 더구나 축제라면 말이 필요 없다. 아누주 카우스힉씨는 “물감의 색깔은 행복과 기원을 뜻하는 것”이라면서 “농부들은 풍년을 기원하고, 일반인들은 돈을 많이 벌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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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축제’를 맞아 우리나라의 독립문과 같은 ‘인디아 게이트’로 놀러 나온 인도 가족들.
‘홀리 축제’를 맞아 우리나라의 독립문과 같은 ‘인디아 게이트’로 놀러 나온 인도 가족들.


인도의 음력 12월 보름과 다음날, 서양력으로는 보통 3월 초에 열리는 홀리축제. 대도시에는 이틀 동안만 열리지만 아직도 시골에서는 일주일씩, 한달씩 축제를 열기도 한다. 델리 같은 도시에서는 공휴일인 홀리 기간동안 우리의 독립문 같은 인디아게이트 같은 곳으로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 사회계층간 갈등 봉합 역할을 하는 홀리축제

잘사는 이들에게 홀리 축제는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에게는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푸는’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날이기도 하다.

신분에 억눌려 사는 불가촉천민 등에게 홀리는 ‘자유’를 상징하는 셈.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할 정도로 축제의 성격이 변질된 측면도 있다. 심지어 동네간 패싸움 식의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홀리 기간동안 경찰은 초비상 상태, 시골일수록 이런 행태가 심하다. 그래서 대도시에서는 아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으로 홀리축제 시간을 제한한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물감을 담은 물 풍선 세례를 퍼부어 외국인들은 더욱 몸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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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홀리 축제를 지낸 패션디자이너인 아누주카우스힉(맨왼쪽)씨 가족. 할아버지를 비롯해 부친과 여동생, 작은 아버지 부부, 고모, 사촌 등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사인 작은 아버지 부부는 홀리를 위해 미국에서 왔다.
즐거운 홀리 축제를 지낸 패션디자이너인 아누주카우스힉(맨왼쪽)씨 가족. 할아버지를 비롯해 부친과 여동생, 작은 아버지 부부, 고모, 사촌 등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사인 작은 아버지 부부는 홀리를 위해 미국에서 왔다.


인도 네루대에서 박사과정(정치학)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 하용재씨는 홀리 축제에 대해 “억눌린 하층계층에서 나올 수 있는 폭력과 저항 등 계층간 갈등을 홀리축제를 통해 말끔히 해소하려는 사회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04-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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