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조류인플루엔자 예방 지휘 이종욱 WHO사무총장

[신년 인터뷰] 조류인플루엔자 예방 지휘 이종욱 WHO사무총장

입력 2006-01-10 00:00
업데이트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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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함혜리특파원|조류 인플루엔자(AI)의 전 지구적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커가고 있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AI의 실체와 전염 상황 등을 최근 제네바의 WHO 본부와 이종욱 WHO 사무총장을 방문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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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WHO사무총장이 제네바 WHO 본부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전염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국제 공조와 조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네바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이종욱 WHO사무총장이 제네바 WHO 본부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전염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국제 공조와 조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네바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언제 터질지 모르는 큰 전쟁을 앞둔 기분이다. 역학적·의학적 정황 등으로 볼 때 AI가 전지구적 전염병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

AI의 진원지인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을 다니며 AI의 예방 및 질병 관리체계 구축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국제적인 공조노력을 계속해 AI의 확산을 조기 진압하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4개월 가량을 해외출장으로 보냈다. 바이러스의 출현, 새로운 희생자의 발생 등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 잦아지면서 그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전지구적 전염병이 온다는 가정아래,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독감이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처럼 인류의 대재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나.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나타났을 때 가금류 140만마리를 도살처분, 조기진압했다. 하지만 현재 조류독감은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수백만마리의 조류를 감염시키고 있으며 사람에게서 발생한 사례도 140건이 보고돼 있다. 여러가지 정황은 조류독감이 전 지구적 역병으로 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단계에 와 있나.

-WHO는 AI가 엄청난 희생을 가져오는 대형 인플루엔자로 확산되는 과정을 6단계로 구분, 대응하고 있다. 현재 6단계 중 3단계다. 인체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지만 전염되는 경우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전쟁으로 치면 ‘데프콘 3’의 수준이다.AI가 사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6단계에 이르면 전쟁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무수한 희생자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예상되는 피해는.

-아무도 정확하게 답변할 수 없는 문제다. 유엔에서는 AI가 전 지구적으로 퍼질 경우 1억 5000만명의 인명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른 추정치이다.1918년 스페인독감이 발생했을 때 약 5000만명이 사망했고,57년 아시아독감과 68년 홍콩독감은 약 100만∼4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사람간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인구 중 최소 20∼25%가 걸려, 이 가운데 200만∼7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WHO는 추정하고 있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심각할 것이다.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나.

-스페인 독감은 세계인구가 20억명일 때 발생했고, 당시에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 세계 인구는 그때보다 3배가 늘었고 교통수단이 발달해 전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됐다. 이번에 전 지구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피해규모가 예전에 비해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다. 지리적으로도 빨리 퍼질 것이다.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의학이나 과학이 발달하지 않아 역병이 발생한 이후에야 알았다. 현재는 유전공학 등 생명공학의 발달로 발생 과정에서 역학적인 추적이 가능하다.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초기에 원인과 역학적 관계를 알아내고 조기에 진압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별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유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공조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WHO는 어떤 역할을 하나.

-전지구적인 전염병을 방지하려면 개별 국가와 국제적 차원의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WHO는 국가별 감시체계를 가동, 각국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전략을 짜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체간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조건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 임무다. 또 치료제를 확보하고 공유하는 문제, 각국의 인플루엔자 대응책 등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 계획은.

-훨씬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1월 중순까지는 긴급대응을 위한 행동계획을 완료할 것이다.

예컨대 AI의 인간전염이 최초로 발생할 경우 치료제를 어떻게 보내고, 팀을 어떻게 구성해 파견할지, 백신개발은 어디에서 할지,AI가 유행할 경우 발생국에서 격리절차와 환자수송은 어떻게 할지, 감염지역의 통행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이 발생한 경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응방안들이 될 것이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AI가 사람들 사이에 급속히 전염되는 것이지만 97년 AI최초 발생 이후 아직까지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공포감을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의 예측이 어긋났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것도 경계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온다는 가정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 백신개발을 위해 72억달러를 투자하고, 영국·프랑스 등도 몇십억달러씩 투자하는 것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설마’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에 내성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사례인가.

-타미플루는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마찬가지로 내성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된 상황이었다. 내성 문제는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이다. 다행히 사례가 극히 예외적으로 나타난 정도이고,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타미플루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각국이 타미플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AI의 인체전염이 발생할 경우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스위스 로슈사는 AI의 사람간 전염이 확산될 경우 WHO에 조기진화 용으로 30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제공하기로 약정했다. 또 가난한 나라를 위해 200만명분을 무상지원하기로 했다.WHO는 보다 많은 양의 치료제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가는 상황이지만 올해 말까지 3억명분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중국이 로슈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하게 된만큼 목표량 달성은 어렵지 않다.

▶한국은 최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문제로 큰 혼란을 겪었다. 개인적인 의견은.

-소식을 접했을 때 믿기 어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과학계도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서로 정직하게 경쟁하는 연구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lotus@seoul.co.kr
2006-01-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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