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 매력의 그녀 ‘청연’ 장진영

입체적 매력의 그녀 ‘청연’ 장진영

이영표 기자
입력 2005-12-22 00:00
업데이트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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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사진 한번 봐도 되죠?”“여기 이 사진은 안 쓰시면 안돼요?”그러고는 (양 손으로 머리를 치며)“아잉∼잘 안나왔네.”당찬 걸음으로 사진기자에게 다가갔다가 이내 아이같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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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장진영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인생을 담은 영화 ‘청연’(靑燕·감독 윤종찬·제작 코리아픽쳐스)으로 2년반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장진영(31). 지극히 도시적인 이미지를 품고도 깍쟁이 공주가 아닌,‘반박자 느린’ 소시민적 친근함으로 특유의 모순적 매력을 풍겨낸다.

국내 최초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헤로인이라는 주위 우려와 중압감을 기대감과 만족감으로 차근차근 승화시겨 나가고 있는 그녀의 얼굴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잠시 접었던 비상(飛上)의 날개를 다시 활짝 편 장진영을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봉일(29일)이 다가오니 지금은 되레 편해요. 많은 여배우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제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죠. 그래야 다른 여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 아니에요?”처음엔 책임감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좋은 작품이란 확신이 들면서 자신있게 연기에 몰입했단다.

무엇보다 그녀의 어깨를 짓누른 무게감은 대작의 흥행을 바라보는 주위의 기대감에서 나왔을 법하다. 그녀가 잠시 숨을 고른다.“왜 흥행 부담이 없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이 눈에 밟혀요. 영화를 위해 꼬박 3년 동안 열정을 바친 감독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꼭 이뤄졌으면 해요.”

그녀의 작품속 역할은 실존 인물 박경원. 일제시대 조선 여인의 신분으로 혼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 하늘에 대한 열정 하나로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민간 여류비행사가 된 ‘신여성’이다. 그녀의 당당한 이미지와 꽤나 닮았다.“여자 배우라면 누구가 욕심낼 만한 역이죠. 실제로는 비행 기록만 남아있어, 캐릭터를 구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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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년 넘도록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넘나드는 해외 촬영도 힘들었지만, 비행기 작동법은 물론 일본어와 춤 연습 등 연기 외적인 노력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며 미소 짓는다.

데뷔 8년 동안 7작품에 출연하면서 ‘어떤 옷을 걸쳐도 잘 소화해 내는’ 이미지를 뽐낸 그녀. 하지만 터프한 여성(반칙왕), 두들겨 맞는 아내(소름), 부분 기억상실증(오버 더 레인 보우), 시한부 환자(국화꽃 향기), 당당한 싱글(싱글즈)에서 보듯 그녀는 유독 평면적이지 않은 이미지로 인상지워진다.“TV 드라마나, 사극을 통해 ‘예쁜 여성성’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냐?”라고 묻자, 그녀가 손사래부터 친다.

“답습하기 싫어요. 밋밋하면 재미를 못 느끼죠.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에서는 모두 ‘향기’가 느껴져요. 앞으로도 삶이든, 사랑이든, 방향성이 확실하고,‘진정성’을 지닌 배역을 선택할 겁니다.”

그녀에게 “자랑하고 싶은 영화속 연기 장면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여태껏 느릿느릿하고 조금은 어눌한 그녀의 어투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정말 정말 다 좋아요. 안 예쁜 장면이 없어요. 바닷가와 눈 쌓인 대나무숲에서 (김)주혁씨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특히 아름답죠. 참, 비와 거친 바람을 맞으며 복엽기를 조종하는 장면도 인상 깊은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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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통해 여성의 한계와 불가능을 뛰어넘은 작품속 박경원처럼, 배우로서 그녀가 달성하고 싶은 욕심과 꿈은 뭘까.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도리질을 친다.

“호호. 생각 안 나요. 그냥 그때그때 찍는 작품이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래도 욕심이라면…‘청연’이 일본으로도 진출할 것 같은데, 기회되면 일본 활동을 해보고 싶네요.”‘소름’이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었던 것 이상으로 이번 ‘청연’이 그녀의 연기 인생에 굵은 방점을 찍어주길 기대해 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5-12-2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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