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환자 치료,‘거품’일까
지난 5월 황 교수팀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황 교수팀은 18명의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 185개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의 체세포에서 핵을 빼낸 뒤 이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배아를 복제한 뒤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배아줄기세포 확립 성공률도 지난해 2월 논문의 0.4%(242개 난자 중 1개 성공)에서 약 6%로 15배 이상 높아졌다.
또 지난해 2월 논문에서는 건강한 여성 자신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질병 치료와는 거리가 있었으나 5월 논문에서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성과의 일부 또는 전부가 황 교수팀의 발표 내용과 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황 교수팀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팀이나 서울대 조사팀이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국제 과학계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의 ‘얀 헨드릭 쇤 스캔들’되나
지난 2002년 획기적인 연구성과로 판단돼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 15개가 실렸으나 재조사를 통해 논문이 모두 취소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 ‘얀 헨드릭 쇤 스캔들’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미국 벨 연구소의 쇤 연구원은 당시 나노기술을 응용, 분자 규모의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등 16개의 부정행위가 드러나 그가 발표한 논문이 모두 취소됐다. 물론 쇤 연구원은 이후 과학기술계에서 추방당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쇤 연구원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6월 황 교수를 ‘제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같은 정책적 배려가 지속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황 교수팀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았던 만큼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역사가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그동안 완치에 대한 희망을 품어왔던 난치병 환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입게 될 정신적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 과학자들이 향후 국제학술지에 연구논문을 발표할 경우 보다 꼼꼼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개의 배아줄기세포가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이같은 최악의 가정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적어도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 배양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후속 연구성과에 따라 일부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