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비준안 통과로 관세화가 10년간 유예됐지만 DDA 협상에 따른 국내 보조금 감축과 쌀값을 지지하는 정책이 농가소득 보전 방식으로 바뀐 데 따른 결과다. 고추 등 관세율이 높은 채소농가의 소득도 10∼30% 감소할 전망이다.DDA 협상 타결을 전제로 농가소득의 피해액이 추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정부의 농업정책 실패로 농가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년사이 42%에서 92.7%로 2배 이상 증가해 농가의 부채상환 능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8일 서울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농업정책 국제워크숍’에서 농촌경제연구원의 송주호 박사는 DDA 협상에 따른 국내농가의 소득변화를 예측해 발표했다. 송 박사는 ‘한국의 농업발전 전망:교훈과 도전’이란 보고서에서 DDA 협상이 타결되면 국내 쌀 농가의 소득은 2000∼2002년 평균 8조 2060억원에서 개방 속도가 빠르면 2010년에는 5조 780억원으로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방 속도가 느리더라도 2010년 쌀 농가의 소득은 7조 6340억원으로 같은 기간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송 박사는 “정부가 소득직불보전제로 전환, 농가소득을 지원한다고 했으나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농업인구를 정부가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올해에도 쌀값 하락에 따라 정부가 필요한 직불금은 예산보다 30%나 많은 1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한 관세율이 200%를 넘는 고추 농가의 소득도 1조 260억원에서 개방 속도가 빠르면 2010년에는 6999억원으로 32%, 개방이 느리면 927억원으로 10%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관세율이 200%를 넘는 마늘이나 밤,100%를 넘는 양파 등을 재배하는 농가의 소득피해율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송 박사는 “정부가 도시·산업화에만 집중한 탓으로 농업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그 결과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가부채의 비율은 1995년 42%에서 2000년 87.6%를 거쳐 2004년에는 처음 9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부문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1968년)에서 7%(1991년)로 감소하는 데 우리나라는 26년이 걸렸으나 일본은 73년, 미국은 96년, 영국은 113년 걸렸다면서 우리 농촌의 쇠퇴 속도는 너무 빠르다고 밝혔다. 따라서 농업의 연착륙을 위해 DDA 협상에서는 관세와 국내 보조금의 감축에 유연성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부는 오는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농민단체가 대규모 원정시위를 준비하자 6개 농민단체 관계자들을 과천청사로 초청, 긴급 간담회를 갖고 홍콩에서 시위를 벌일 때 유의할 점 등을 설명했다. 전농 관계자는 “사전 답사를 통해 홍콩 법 등 현지 사정을 미리 파악했으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