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고 취소 사태

‘PD수첩’ 광고 취소 사태

홍지민 기자
입력 2005-11-26 00:00
업데이트 2005-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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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에 항의전화 빗발…12곳중 11곳 철회

“여보세요, 거기 국민은행이죠?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은행 같은 데서 어떻게 국익을 해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할 수 있나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 의혹을 집중 조명한 MBC ‘PD수첩’이 방영되고 황 교수가 줄기세포허브 소장직 등 공직사퇴를 선언한 지난 24일, 국민은행에는 때아닌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성난 시청자들은 ‘예금 인출’ 운운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PD수첩 보도내용 때문이 아니라 시사·드라마 위주로 이미지 광고를 집행해 왔는데 예상외로 거친 반응이 많아 당혹스럽다.”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거액을 들여 광고를 하는데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굳이 광고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결국 다음주(29일) PD수첩 시간대에 나갈 예정이던 광고를 다른 시간대로 옮기기로 했다.

‘진실이냐 국익이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빚은 이른바 ‘황우석 난자의혹’의 불똥이 기업체로 튀고 있다. 성난 네티즌들은 PD수첩 ‘광고주 리스트’를 돌려 보며 항의전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2일 방영된 PD수첩 방송 전후에 광고를 내보낸 기업은 12개.25일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11개 업체가 광고시간대를 변경하거나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11월 한달간 PD수첩에 광고를 집행키로 한 우리은행도 29일 예정된 광고를 PD수첩 대신 MBC 뉴스데스크 시간대로 옮겨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짜고짜 광고를 내리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실제 불매운동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급히 시간대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계약이 돼 아직 한차례 광고가 더 남은 HSBC도 프로그램을 바꾸기로 했고 12월말까지 계약이 된 메리츠화재도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꿔달라고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요청했다.

애초 29일 방송까지는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던 우림건설과 평안섬유 등도 시민들의 항의가 집중되자 ‘백기’를 들고 말았다. 현대자동차,GS홀딩스, 미래에셋, 나래텔레콤 등도 PD수첩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남은 업체도 시간대 변경이나 광고중단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칫 다음주 PD수첩은 광고없이 방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IMF때 자금 사정으로 광고를 빼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는 PD수첩을 비판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 나라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국익만을 앞세워 사실보도 자체를 비난하고 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MBC 관계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진실을 알리려 했을 뿐인데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면서 “PD수첩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의 광고시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PD수첩에서 빠진 광고를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 홍지민기자 ukelvin@seoul.co.kr
2005-1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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