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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농지은행/이상일 논설위원

[씨줄날줄] 농지은행/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입력 2005-11-25 00:00
업데이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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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땅의 역설은? 공개념 의식은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사유화 비율이 아주 높다. 단적으로 한국의 국공유지 비율은 20%선에 불과하다. 유럽의 30∼40%는 물론 미국 32%나 일본의 23%보다 낮다.

또 다른 땅의 역설은 논과 밭, 즉 농지에 있다. 농지는 일반 주택·토지와 비교해 더욱 ‘공적(公的)’이다. 규제는 또 얼마나 많은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소유도 어려울 정도다. 그런 규제를 비집고 힘깨나 쓰고, 돈 있는 사람치고 안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란 점에 농지의 역설이 있다. 공직자를 낙마시키거나 구설에 올린 사안으로 걸핏하면 농지가 등장하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얼마 전 전 주미 대사의 변칙 농지매입 의혹이 제기됐으며 정권 실세들의 농지 보유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어차피 이제는 농지의 역설을 극복할 때가 된 듯하다. 쌀이 개방되면 논값이 0.6% 정도 떨어진다니 농지 대책이 필요하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연로한 농부는 땅을 팔고 싶어하는 반면 도시인들은 농촌 별장이나 전원주택을 꿈꾼다. 이 와중에서 ‘농지은행’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농업기반공사의 한 사업본부로 농지은행은 지난 10월부터 농지의 임대를 알선해 주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나서 소유자가 팔아 달라고 맡긴 땅을 처리해 주며 빚 많은 농민으로부터 땅을 사서 경작을 맡기는 형태의 사업도 한다. 농지를 직접 사서 비축하는 일은 ‘긴급 사업’으로 검토 중인데 2년 후에나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넷 강국답게 농지 사업이 인터넷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놀랍다.‘농어촌포털’(www.nongchon.or.kr/karico/)이나 ‘농지은행’(www.fbo.or.kr/)으로 들어가 매물이나 임대를 선택해 마우스를 누른다. 그러면 바로 지도상에서 농지의 위치와 ㄱ자형이나 ㅁ자형의 농지가 뜬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떼는 지적도보다 더 상세해 직접 위치를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클릭 한번 하면 농지 소재지의 인근 경작자를 파악해 농지은행이 연결도 시켜 준다고 한다. 이제 농지 거래를 쉬쉬 하지 말고 농지은행을 통해 드러내놓고 했으면 싶다. 그래야 도시 자본도 농촌으로 떳떳하게 들어갈 것이다. 농지은행이 농지 매매와 비축 업무에서 토지공개념 구현에 기여하길 바란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1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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