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입력 2005-11-11 00:00
업데이트 2005-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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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의 복원은 환경 차원을 넘어 문화·역사·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청계천을 통해 학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듯 청계천 복원은 다른 지방에도 하천복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하천 상태계를 복원해 친수위락 공간 및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방단체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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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 된 부산 온천천 전경. 금정·동래·연재 등 3개구에 걸쳐 14㎞의 하천에서는 미꾸라지와 피라미, 숭어가 서식하고 있다. 부산시는 99년부터 악취가 진동하던 이곳의 정비에 착수, 수질개선에 성공했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 된 부산 온천천 전경. 금정·동래·연재 등 3개구에 걸쳐 14㎞의 하천에서는 미꾸라지와 피라미, 숭어가 서식하고 있다. 부산시는 99년부터 악취가 진동하던 이곳의 정비에 착수, 수질개선에 성공했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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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복개공사를 하고 있는 양재천.
경기도 과천시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복개공사를 하고 있는 양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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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동호회 회원들이 하천 양옆에 놓인 산책로 풀숲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9일 동호회 회원들이 하천 양옆에 놓인 산책로 풀숲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비록 청계천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복원 노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달이 찾아온 대구 신천

대구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총길이 12.4㎞의 신천. 얼마 전 수성교 부근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환경 전문가는 물론 대구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질이 좋아지면서 1급수에서만 산다는 꺽지를 비롯, 잉어 붕어 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지만 수달까지 서식할 줄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신천은 10년 전만해도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흘러드는 시궁창에 지나지 않았다. 수질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ℓ를 훨씬 웃돌아 하천 근처에 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천 살리기에 나선 대구시는 우선 신천에 유입되는 오폐수 차단을 위해 신천에 오폐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특히 건천(마른천)에 충분한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해 121억원을 투입해 송수관로 9.1㎞를 설치했다. 신천 하류에 있는 신천하수처리장에서 정화후 방류하는 물을 하루에 10만t씩 상류로 끌어 올려 신천을 평균 수심 70㎝,365일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꿔 놓았다.

신천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르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잉어, 붕어, 참붕어, 참몰개, 메기, 피라미, 갈겨비, 가물치 등 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고방오리, 청둥오리, 황조롱이, 왜가리 등 18종의 조류가 찾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하천으로 거듭난 신천 수변공간은 평일 1만명, 휴일 2만∼3만여명의 시민들이 신천 둔치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등 웰빙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된 온천천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 부산 온천천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시 금정·동래·연제 등 3개구에 걸쳐 있는 총길이 14㎞의 온천천은 미꾸라지와 피라미는 물론 청정지역에 산다는 숭어까지 뛰놀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하지만 6∼7년전만해도 악취가 진동해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연제구는 98년 11월 온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99년초부터 복원 사업에 들어갔다. 거제동 세병교에서 연산동 안락교까지 2.6㎞에 걸쳐 시민공원도 만들었다. 온천천 정비를 통해 수질개선은 물론이고 하천 범람문제까지 해결했다. 인근 지자체들이 하천복원에 참여토록 하는 촉매역할도 했다.

구달박사 안양천 극찬

침팬지 연구의 효시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여·71) 박사가 지난해 11월9일 경기도 안양천 지류 학의천을 찾았다. 구달 박사는 당시 “오염됐다가 복원된 안양천을 보고 싶어 왔다.”며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물고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학의천은 70년대만해도 BOD농도가 60㎎/ℓ가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하천이었으나 상류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고 꾸준한 정화활동을 펼친 덕분에 물고기가 살고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복원됐다.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000년부터 생태하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탄천 지천인 분당천과 여수천, 동막천도 수질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달 전국체전 조정과 카누 경기가 열린 울산 태화강도 수년전만해도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로 악취가 진동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공해 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10여년에 걸친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수질이 1∼2급수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8월에는 1만여명이 참가하는 ‘제1회 태화강 전국수영대회’가 열렸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청계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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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하천복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하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복개구간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94년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복개한 양재천에 대한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천주유소∼새서울교회 사이 697m 양재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하천 양옆에 산책로, 여울 등을 만들게 된다. 모두 142억원이 투입되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영산강 지천인 광주천도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는 동구 용연동 상류 지점∼서구 유덕동 영산강 합류지점 20.15㎞ 구간에 대한 복원공사를 지난해 착수했으며 오는 2009년 완공 예정이다.

시는 모두 600억원을 들여 호안 콘크리트 옹벽과 둔치에 건설된 천변주차장을 철거하고 있다. 또 천변과 바닥에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징검다리를 놓는 등 개발 전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상류쪽 물을 끌어 올려 건천인 광주천을 항상 물이 흐르는 ‘살아 있는 하천’으로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수원천 복개구간을 오는 2007년까지 완전복원해 시민의 품에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1994년 복개한 수원천의 지동교∼매교 사이 790m를 철거한다.

대전시도 1974년 대전천을 복개해 건립된 홍명상가와 동방 마트를 철거한 뒤 자연친화적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전문가제언“ 메마른 정서에도 물길 터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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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건설기술硏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김창완 건설기술硏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하천에는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 기능,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 기능 이외에 환경 기능이 있다. 이·치수는 공학적 기능(engineering function)인 반면에, 환경은 자연적 기능(natural function)이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하천의 이수 기능의 극대화를 가져왔고, 동시에 토지 이용의 고밀화는 하천의 치수 기능의 확대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하천의 이·치수 기능은 적극적으로 확대된 반면에 환경 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 저하되고 나아가 일부 하천에서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잃어버린 환경에 대한 보전, 복원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특히 과밀화된 도시에서 친수성 하천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 이른바 ‘하천환경개선사업’ 또는 ‘하천환경정비사업’이다. 하천환경개선사업은 하천의 환경 기능을 보전·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하천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하천환경의 개선 또는 정비에서 한 발 더 나간 개념이 이른바 하천복원이다.

삶의 질은 사회의 물질적 풍요나 기능적 효율성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건전성은 물론 대기 물 토양 등 환경의 건전성이 요구된다. 하천이나 호소는 지역 환경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특히 자연성이 약한 도시에서는 귀중한 자연 환경의 일부이다. 따라서 훼손된 하천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지역 사회의 자연 환경의 보전, 복원, 창출이라는 면에서는 물론 우리의 잃어버린 정서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또한 하천복원은 산 들 호수 해안 섬과 같은 다른 자연환경의 복원 중에서 가장 급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천복원은 자연복원의 시금석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천복원사업은 지역을 흐르는 하천을 복원해 지역 주민들과 하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하천공원화사업과는 차별된다. 이러한 사업의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모든 단계에서 지역주민들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기본이다. 이 점에서 하천복원사업은 이·치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하천사업과 궤를 달리한다.

김창완 건설기술硏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2005-11-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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