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국민과의 대화’서 쏟아진 쓴소리들

우리당 ‘국민과의 대화’서 쏟아진 쓴소리들

박지연 기자
입력 2005-11-10 00:00
업데이트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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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하는 정부. 오만한 집권여당. 구호만 있고 정책은 없다. 무능을 커버하기 위한 이벤트만 많다.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도 한나라당 핑계만 댄다. 도대체 당 정체성이 뭐냐.”

8일 열린우리당에 쏟아진 쓴소리다. 당 비상집행위원회가 “회초리 맞는 심정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초청한 각계 전문가 7명은 두 시간에 걸쳐 성난 민심을 전달했다. 회초리를 자청했다가 곤장을 맞은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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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는 했지만”
“각오는 했지만” 열린우리당이 9일 영등포 당사에서 개최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세균(왼쪽 두번째) 의장 등 지도부가 토론자들의 비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도 하나 없다

첫 발언자로 나선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중도 개혁정당으로서 정체성이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는 정책으로 응답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에는 마땅한 정책 상품이 없다.”면서 “한나라당만 해도 청계천이나 개인적으론 동의하지 않지만 박정희식 경제 개발의 역사적 자산도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를 지낸 정진우 목사는 “개혁입법 하나 처리하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만 줬다.”면서 “문전 처리가 미숙한 축구팀과 똑같다.”고 말했다.

오만하고, 무능하다

박효종 서울대교수는 “독백하는 정부, 오만한 정부로 비쳐진다.”면서 “총리나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면박주면 당장 전투는 이길지 몰라도 국민 눈에는 그렇지 않다.”고 질타했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는 전임 지도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속풀이 정치’를 가리켜 “무능을 커버하기 위한 이벤트”라면서 “시장에 가서 물건을 대신 팔아줄 게 아니라 정책토론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일관성이 없다

경제 문제를 주로 거론한 중소기업연구원의 홍순영 연구위원은 “당·정·청이 정책 조율도 제대로 안 하고 무턱대고 발표부터 했다가 내일은 또 다른 얘기를 하니 기업이 사업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종구 한겨레 논설위원은 “대통령 말씀이 지당하다고 쭉 따라가다가 상황이 어려워지면 바로 비판하니 당과 청와대가 동반추락하는 것”이라면서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보다 당과 청와대가 더 상하수직적 관계”라고 진단했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은 “참여정부 3년 동안 중산층은 서민이, 서민은 빈민이 됐는데 소주나 경유 값을 올려 세금을 걷겠다니 국민이 격노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이렇게…말을 가려라

홍 위원은 “‘경기가 안 좋아도 경기부양책 안 한다.’‘목표 성장률 5% 포기한다.’는 식의 불필요한 말로 시장에 충격 좀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 대표는 “GT(김근태)계,DY(정동영)계, 친노·반노 이런 것 말고는 어떤 정책 대결도 없다.”고 성토했다.

패널의 질타를 빼곡히 받아적은 정세균 의장은 “반론을 해볼까 찾아도 마땅한 게 없을 정도로 값진 말씀”이라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2005-1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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