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카드 ‘마케팅大戰’

VVIP카드 ‘마케팅大戰’

이창구 기자
입력 2005-11-01 00:00
업데이트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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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비 100만원짜리 슈퍼프리미엄급 신용카드들의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비씨카드가 지난달 27일 ‘인피니티’ 카드를 내놓으면서 올초 최초로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인 ‘블랙’을 출시한 이후 ‘초우량고객(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시장’을 선점해온 현대카드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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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는 11개 회원 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 고객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일단 우리·조흥·하나·기업은행이 비씨의 인피니티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블랙과 인피니티는 연회비 100만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초호화판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어 초우량고객을 잡기 위한 두 카드의 경쟁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VVIP카드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블랙과 인피니티가 카드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초호화 서비스

블랙과 인피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카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카드사가 고객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현대카드는 블랙의 총회원을 9999명으로 한정하고 있다.1번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고,9999번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 회원자격은 대기업 및 외국계기업의 상무급 이상, 개업 5년 이상의 의사와 변호사, 연매출 30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 대표 등이다. 현재 1500명의 회원을 확보한 현대카드는 ‘블랙카드 위원회’를 통해 회원 자격을 심사하고, 입회를 허용한다.

비씨카드 역시 인피니티 회원수를 전체 회원의 0.1%(1만여명)로 한정했다. 수신고 10억원 이상의 PB고객, 대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의사 및 변호사들 중에서 엄선한다는 계획이다. 인피니티 카드는 국내선 동반자 무료 항공권 증정, 전국 50여개 골프장 무료 예약, 예술의 전당 무료 회원 가입 등의 서비스를 내세웠다.

블랙도 아시아나항공 탑승시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 명품브랜드 10∼20% 할인, 해외 유명골프 투어 1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성 논란

카드업계는 현 단계에서는 VVIP카드의 수익성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과도한 제휴비에다 부자들의 특성상 현금서비스나 할부서비스 등 수수료율이 높은 서비스를 팔 수 없다는 것이다. 골프 등의 혜택만 받고 카드는 별로 쓰지 않는 ‘체리 피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의 특성은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불특정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약간씩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카드사 입장으로는 간혹 연체를 해 높은 연체수수료를 물거나, 이자가 높은 현금서비스나 대출을 자주 받는 고객이 가장 반갑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고객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슈퍼프리미엄급 카드를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카드 관계자는 “블랙으로 수익성과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블랙 회원들의 월평균 사용액이 1000만원으로 일반 회원보다 10배 이상 높다. 연체율이 0%에 가깝고, 사용률이 100%여서 연체나 휴면회원 관리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카드사 이미지 제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라는 주장이다.

수익성 논란과 함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을 것 같다. 특히 길거리 모집과 같은 출혈경쟁으로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성한 카드사들이 사회적인 책임은 뒤로 한 채 경쟁적으로 VVIP카드에 열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자 마케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일반 고객에게는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고, 그 수익으로 부유층에게는 온갖 특혜를 베푼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11-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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