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밖에 모르던 남편이 은퇴 후 집에만 머물자 스트레스를 받은 늙은 아내들이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데라가와 사쿠라(63)는 지난 40년간의 결혼생활이 아내에서 엄마로, 이제 하인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30년 만에 은퇴한 남편은 삼시세끼를 지어바치라고 요구했고, 이혼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이도 쉽지 않았다.
위염과 말더듬, 눈가의 발진, 목의 돌기 등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던 데라가와는 의사로부터 RHS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1991년 정신신체의학 학회지에 RHS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전체 국민의 5분의1이 65살 이상인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에서는 2007∼2009년 700만명의 남편들이 은퇴한다.
일본 아내들은 수십년간 휴가마저 직장동료나 고객과 함께 보낸 남편과 식탁에서 눈길조차 마주치기 힘들어하고 있다.1985년 2만 435건에 불과하던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이 2000년에는 4만 195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은퇴 이후 할일 없이 집에서 TV나 신문만 보는 남편들은 아내에게 ‘소다이 고미(대형쓰레기)’일 뿐이다. 일본 유명 광고회사 하쿠호도의 조사결과,85%의 남성들은 은퇴에 기뻐했지만, 반면 40%의 여성들은 남편의 은퇴에 우울해진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60%의 아내들이 RHS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물론 가사일엔 관심 없고,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명령만 내리던 일본 남성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은퇴한 은행원 고다케 도모히사(66)는 아내의 요구로 은퇴한 남편을 ‘재교육’하는 그룹에 가입했다.
요리, 쇼핑, 청소 등을 가르치는 이러한 재교육 그룹은 이미 3000개 이상 있다. 고다케는 “아내가 목욕하는 동안 처음 집을 청소했을 때, 아내가 행복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