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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세논쟁, 냉정히 따져보고 판단해야/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

[기고] 감세논쟁, 냉정히 따져보고 판단해야/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

입력 2005-10-11 00:00
업데이트 200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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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시작된 감세논쟁으로 세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언론에서도 감세논쟁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가고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감세는 어느 정부나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세금을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감세가 항상 모든 국민에게 보다 나은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감세논쟁도 크게 5가지 관점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같다.

먼저 현 시점에서 감세가 바람직한 정책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와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면,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재정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감세정책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사회안전망 구축과 중산·서민층의 복지증진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이론면에서도 재정지출이 감세보다 국민소득 증대 효과나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둘째, 감세의 혜택이 어느 계층에 집중되느냐를 따져 봐야 한다. 현재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49%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고 있어 감세는 결국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수조원의 세수부족으로 정부의 곳간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감세재원을 마련하려면 정부지출(예산)을 깎거나 나라빚(국채발행)을 늘려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의 주장처럼 8조∼9조원의 감세를 하려면 내년 예산 중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는 복지나 교육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다. 제로섬 원리에 따라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지갑을 채워주기 위해 서민의 혜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현시점에서 감세의 경제적 효과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감세가 가처분소득 증가나 근로의욕 고취에 따른 노동공급 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세율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나라는 감세정책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수차례 인하했으나 소비나 투자가 증대됐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고소득자는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대기업은 현재 자금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감세로 인한 소비·투자 증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일부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감세가 세계적 추세이냐는 점이다.21세기 들어 선진국의 전반적인 세제추이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성장에 필요하면서 이동성이 높은 생산요소(자본, 기술 등)에 대해서는 세금을 낮추되 저축과 투자에 중립적인 소비세제는 강화하는 추세다. 국가마다 조세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인·소득세율이 높은 나라는 이를 인하하는 한편 소비세제는 강화하고 있어 감세가 전반적인 추세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적인 조세부담률은 지난 10여년간 큰 변화가 없다.

마지막으로, 감세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의 복지나 삶의 질 향상,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투자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에 진입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감세보다 조세정책을 강화하여 성장과 복지정책을 병행추진함으로써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
2005-10-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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