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납부 거부 확산] “탄력세율 적용하라”…곳곳서 과세 형평성 논란

[재산세 납부 거부 확산] “탄력세율 적용하라”…곳곳서 과세 형평성 논란

김병철 기자
입력 2005-09-28 00:00
업데이트 2005-09-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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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납부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간의 갈등이 수도권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지자체 자체적으로 최고 50%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 안산시와 광주시를 비롯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지에서는 재산세가 너무 많이 인상됐다며 주민들이 납부거부 운동을 벌여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줄을 잇는 자치단체들의 재산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는 주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선심 행정’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찬성할 일만은 아니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모두 31개 시·군 가운데 올해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율을 내린 곳은 14곳으로 지난해(3곳)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서울은 25개 구청 가운데 15개에 이른다.

탄력세율 적용… 14개 시·군 세금 내려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한 부천·고양·용인·남양주·구리·하남·과천 등 등 8곳이 재산세 탄력세율을 각각 50% 내렸다. 의왕이 40%, 수원·안양·군포·광명 등 5곳은 30%, 파주시가 25% 인하했다.

반면 광주 등 17개 시·군은 내리지 않았다.

서울시도 지난해에는 20개구에서 재산세율을 인하했으나 올해 재산세를 내린 곳은 15개구로 줄었다.

이처럼 자치단체마다 자체적으로 세율을 적용하다 보니 지역에 따라 주민들의 세부담도 격차가 벌어져 조세저항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안산지역 아파트 입주자들은 시의 주택분 재산세 과다인상에 항의하며 지난 20일부터 납세거부 운동에 들어갔다. 아파트입주자대표 회장단연합회는 “다른 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세부담을 고려해 세금을 최대 50%까지 인하했는데 안산시는 지난해 30%, 올해 50% 등 2년 사이에 무려 80%나 세금을 인상했다.”고 지적한 뒤 “이 때문에 성남시나 용인시 지역에 비해 기준시가가 낮은 데도 세금은 더 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준시가가 1억 4000만원인 고잔동 신도시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재산세 19만원선에서 올해 27만 4000원으로 42%가 올라 주민들의 부담이 급증했다.

반면 올해 50%의 재산세율을 인하한 성남시 분당구 서현2동의 기준시가 2억 9000만원,33평형 아파트의 올 재산세는 33만 4000원선에 그쳤다. 역시 50%의 재산세율을 인하한 용인시 풍덕천동 기준시가 1억 4000만원,32평형은 21만원이었다.

연합회측은 “지난 5월이후 수차례에 걸쳐 재산세 인하를 요구했고, 지난달에는 1만 8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청원까지 냈지만 시와 의회는 묵살했다.”며 “조만간 재산세 인하를 촉구하는 가두서명 및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 재산세가 분당보다 많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H아파트를 비롯한 광주 48개 아파트(1만 7000가구)로 구성된 연합회도 지난 7월 1차분 주택분 재산세가 과다인상됐다며 납세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올해 재산세는 34평형(기준시가 3억 9000만원)은 17만원,51평형(기준시가 3억 6000만원)은 55만 2000원이 부과돼 지난해보다 50% 올랐다.

또 58평형(기준시가 3억 9000만원)과 62평형(기준시가 4억원)도 지난해보다 각각 37.2%,23.9% 인상된 75만 9980원,76만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기준시가나 아파트값이 높은 성남시 분당구 서현2동 32평형(기준시가 3억원)은 15만 9000원, 분당동 57평형(기준시가 5억 4000만원)은 50만원, 서현2동 63평형(기준시가 4억 9000만원)은 49만원의 재산세가 각각 부과됐다.

H아파트 주민들은 “기준시가가 비슷한 분당지역 아파트보다 더 많은 재산세가 부과된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연합회는 내년도 재산세율을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공동주택지원 조례를 앞당겨 제정해 올해 재산세 인상분만큼 아파트 공공시설비로 지원받는 방안 등을 시의회와 논의하고 있다.

이밖에 시흥·오산·화성시 주민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재산세율 인하문제에 무관심한 해당 자치단체에 강력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재산세 부과를 앞두고 다른 자치단체들이 재산세율 인하를 앞다퉈 추진할 당시, 성남·광주시를 포함한 이들 5개 자치단체는 결정권을 갖고 있는 시장이 직무정지 등으로 공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해당지역 주민들은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주장하며 속히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즉 시장이 있었다면 민원을 의식해 어떻게든 재산세율을 인하해 주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산세 인하가 선심행정?

광주 H아파트의 한 주민은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된 탓인지 시에서 재산세 문제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잇따른 재산세율 인하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재정형편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재산세율을 인하한다면 이는 민선단체장이 지방선거에서 ‘표’를 염두에 둔 행위로써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 행위로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치시민연대 노민호 사무국장은 “올해 재산세율을 내린 자치단체 가운데는 재정자립도가 크게 낮은 곳도 있다.”며 “세수부족이나 조세원칙 등을 따지지 않고 ‘표심’만을 노려 재산세율을 내리는 ‘선심행정’을 경계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산시의 서근식 세정담당은 “고잔신도시 등 일부지역의 대형 평수는 인상됐으나 시 전체적으로는 내렸다.”며 “안산의 과표가 경기도에서 가장 낮고 시 재정형편도 좋지 않아 집행부와 의회가 꼼꼼히 따져보고 내린 결론”이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05-09-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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