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며 생긴 자신감이 제 오른손”

“운동하며 생긴 자신감이 제 오른손”

이재훈 기자
입력 2005-07-29 00:00
업데이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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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쩔 수 없는 왼손잡이 배드민턴 선수다. 셔틀콕을 받쳐들 오른팔이 없기 때문이다. 왼손목을 유연하게 움직여 라켓 끝으로 셔틀콕을 살짝 추켜올린 뒤 바람을 가르는 서브와 스매싱을 쏟아붓는 모습에 탄성이 쏟아진다.

전남 화순군 중앙배드민턴클럽 조준성(45) 회장은 10살 때 오른팔을 잃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정미소에서 장난을 치다 벨트에 팔이 끼었다. 소아마비로 다리까지 불편한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고였다. 게다가 집안까지 기울면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앓아 누웠다.

사재털어 2층 배드민턴체육관 지어

하지만 조 회장은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날품팔이, 보리타작, 잡부일 등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10명의 가족을 부양하면서도 화순군에서 손꼽히는 부농으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 두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일에만 매달려온 삶이 갑자기 허무해지고 사업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술이 부쩍 늘어 몸이 급격히 허약해진 것. 보다못한 친구가 3년 전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을 권했다.

모두가 의아해했다. 무엇보다 몸의 균형이 중요한 배드민턴에서 한팔이 없는 탓에 중심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 2월 전남 장성 홍길동전 기념 배드민턴 대회에서는 상대방이 조 회장의 한팔로 넣는 서브 방식을 문제삼아 힘들게 해온 운동에 좌절감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실력으로 상대방을 꺾어 그의 신기를 지켜보던 관중 모두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땀흘리고 운동하면 장애 콤플렉스 사라져”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재 2억 7000만원을 털어 화순군에 2층짜리 배드민턴체육관을 지었다. 실내체육관을 빌리기 어려워 운동할 수 없는 이웃들을 위해 지었기 때문에 아무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 회장은 “땀흘리고 운동을 하면 내 몸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면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분들이라도 용기를 가지고 꼭 자기만의 운동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7-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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