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관객들을 웃고 울렸던 만능 배우 트위스트 김의 사이버 테러 고발은 ‘IT 강국’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예명을 도용한 불법 성인사이트 때문에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딸과 손녀마저 주위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 때 자살 일보직전까지 몰렸다고 절규했다. 이 때문에 자신과 아내는 몇년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로 얼굴이 삐딱하게 돌아가는 안면신경마비에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 인터넷의 힘이라고 일컬어지는 ‘익명성’이 이처럼 특정 피해자에게는 인격 살해라는 흉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개똥녀’사건을 비롯, 인터넷에는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식의 공격을 가하는 테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따지기에 앞서 집단적 린치의 대열에 가세하는 것이 지금의 인터넷 문화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각종 스팸메일의 단골 발신자로 악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트위스트 김처럼 피해자는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해명은 구차한 변명이나 기만 정도로 난도질 당한다. 얼마 전 이해찬 국무총리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검토토록 지시한 것도 익명의 가학성이 상궤를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가상의 공간이라고 해서 무절제한 폭력성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처럼 나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춰야 한다. 특히 사이버 테러의 경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에서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무심코 휘갈긴 한 마디의 리플이 당사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2005-06-1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