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5년간 ‘실명’ 위기

지구촌 5년간 ‘실명’ 위기

입력 2005-04-14 00:00
업데이트 2005-04-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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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를 관측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수단인 천체망원경이 ‘실명 위기’에 처해 있다.‘지구의 눈’인 허블망원경이 내년쯤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대체할 천체망원경은 빨라야 오는 2010년에나 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주 관측에는 무인 우주탐사선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태양계를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항성, 핵융합 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조차 40조㎞ 가량 떨어져 있어 현재의 우주탐사선 속도(초속 40㎞)로는 수만년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허블망원경보다 40배 성능의 고성능 천체망원경 제작이 본궤도에 올라 외계생명체 확인 가능성에도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광학망원경, 크기는 곧 성능

극장처럼 어두운 곳에서 눈동자(동공)가 확대돼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 듯이 인간의 눈처럼 가시광선을 검출하는 광학망원경에서는 거울(반사경) 또는 랜즈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광학망원경의 성능은 거울의 직경에 제곱비례(면적에 비례)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손상모 박사는 “광학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능력, 즉 거울의 크기가 성능을 좌우한다.”면서 “거울의 직경이 2배 크면 성능은 4배로 향상되며, 이는 4분의 1로 줄어든 빛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은 하와이 마오나케아천문대에 있는 켁망원경으로 거울의 직경이 10m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대 광학망원경인 보현산천문대(1.8m)와 비교하면 성능이 30배 이상 뛰어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은 허블망원경이다. 허블망원경은 직경이 2.4m에 불과하지만 켁망원경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손 박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는 망원경에 맺히는 상(像)의 이미지를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면서 “직경이 같다면 지상 광학망원경은 우주 광학망원경보다 10∼50배 가량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구의 눈’ 수리 못해

우주공간에 떠있어 대기의 간섭을 받지 않는 허블망원경은 시력이 육안의 100억배에 달한다. 이는 1만 6000㎞ 떨어진 곳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고,1.6㎞ 거리에서 머리카락 두께의 틈을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허블망원경은 1990년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 상공 610㎞ 궤도에 올려진 이후 96분마다 한번씩 지구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허블망원경은 앞으로 1∼2년 이내에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해 있다. 허블망원경은 배터리 교체 등 정기적인 수리가 필요해 지금까지 유인 우주왕복선이 4차례 다녀왔다. 하지만 지난 2003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이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더이상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또 유인 우주선 대신 로봇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20억달러(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NASA는 당초 허블망원경을 오는 2009년까지 활용한 뒤 현재 설계작업을 하고 있는 거울 직경 6m의 ‘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를 2010년쯤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즉 인류는 5년여 동안 우주공간에서 ‘눈 뜬 장님’이 될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한 인류의 호기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영국 왕립천문학회 등을 중심으로 거울 직경이 최대 100m나 되는 극대망원경(ELT·Extremely Large Telescope) 시험설계에 돌입했다. 크기는 켁망원경의 10배, 정확도는 지상에 제작됨에도 불구하고 허블망원경의 4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계생명체, 천체망원경에 물어봐

특히 ELT는 망원경으로 들어오는 빛을 왜곡하는 대기의 난기류를 조정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외계 행성이 보내는 특정한 스펙트럼 신호를 분석, 물과 산소 등 지구와 비슷한 흔적을 탐지해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 박사는 “거울의 크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비용뿐 아니라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가면 거울이 변형을 일으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켁망원경의 경우 거울 무게만 13t에 달한다. 또 허블망원경 은 제작비용만 15억달러(1조 5000억원)가 들었다.

손 박사는 “90년대까지 광학망원경의 거울 크기는 10m가 한계로 여겨졌다.”면서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최근에는 한계가 100m까지 늘어난 만큼 천체망원경의 성능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5-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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