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나무 살려야 주민도 삽니다”

“몰디브 나무 살려야 주민도 삽니다”

입력 2005-03-25 00:00
업데이트 2005-03-2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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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인 5월까지가 고비입니다. 몰디브 국민들의 생계수단인 열대 과일나무를 살려야 합니다.”

동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지역의 하나인 몰디브에서 ‘나무 살리기’ 작업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이경준 서울대 산림자원과 교수는 “몰디브의 나무를 살려야 주민도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와 류순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승제 서울나무병원장 등 5명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지난달 28일부터 몰디브의 6개 섬에서 수목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치료활동을 펼쳤다.

이 교수는 “인구가 30만명 남짓한 섬나라 몰디브는 최고 해발이 2m밖에 안 되는 저지대로 지난해 12월26일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국토의 90%가 침수되며 84만그루의 나무가 피해를 입었다.”면서 “긴 곳은 14일 동안이나 바닷물이 차 있는 바람에 나무들이 염분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몰디브 사람들은 대부분 망고나무, 빵나무(bread fruit) 등을 재배해 생계를 꾸린다.2만개의 열매가 달린다는 망고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연간수익이 3000달러에 이른다.

이 교수는 “침수 직후 염분이 없는 물을 준 나무들은 살아나고 있지만 방치된 나무들은 수간주사 등으로 영양을 보충하지 않으면 죽는다.”면서 “질소·인산·칼륨과 생장 호르몬, 비타민B를 함유한 수간주사를 즉석에서 처방해 나무에 주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2주일만에 망고나무에서 새싹이 돋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한국 주사만 맞으면 죽은 나무도 살아난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주민들이 며칠만 더 머물러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고 뿌듯해했다. 이들이 성과를 거두자 몰디브 정부의 카마루딘 농수산자원부 장관은 27일 방한해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몰디브에 지진해일 복구비용으로 2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놓았다. 이 교수는 “약품이 부족해 450그루밖에는 치료를 하지 못했고, 해충 피해는 손도 쓰지 못했다.”면서 “지원금의 일부로 나무 전문가를 파견한다면 이 지역 복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3-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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