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아물지 않는 ‘상처’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아물지 않는 ‘상처’

입력 2005-02-16 00:00
업데이트 2005-02-16 07:3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잊혀진 사람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낙산리 대구시 공원묘지. 빼곡히 들어선 수천기의 묘는 모두 ‘무슨 성씨 누구의 묘’라며 주인이 있지만 중턱에 나란히 자리한 6기의 묘는 주인이 없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6명의 무연고 무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6명의 무연고 무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6명의 무연고 무덤에는 이름 석자 대신 유전자 식별번호가 새겨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대구지하철 참사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밝혀지지 않거나 아직 연고자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이다.

‘DNA 감정확인 미신고.DO8-Ca01(남)의 묘’,‘K-42의 묘 신원확인 불능’,A24-CA03,A24-CA08의 묘 신원확인 불능’.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마저 갖지 못한 이들은 2년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부여한 유전자 식별번호로만 남아 있다.

‘DNA 감정확인 미신고’는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은 가능했지만 연고자를 찾지 못한 경우이고,‘신원확인 불능’이란 유전자 감식조차 못할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타버린 경우다.

이 가운데 DNA를 추출한 3명(남자 1명, 여자 2명)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연고자가 나타나 이름 석자라도 되찾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나머지 3명은 영원히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참사 이후 나란히 이곳에 묻힌 이들은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세상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불타 버린 전동차를 탔다가 억울하게 죽어갔지만 지난 2년간 누구도 이들을 위해 울지 않았고 아무도 찾지도 않았다. 이들에게는 낯선 시립공원묘지의 한평 남짓한 묘터만이 주어진 게 전부였다.

공원묘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죽어서도 아무도 찾지 않는 이들이야말로 참사의 최대 피해자”라며 “아마도 이들의 영혼은 자신들의 이름 석자만이라도 찾아 달라며 아직도 구천을 떠돌며 세상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참사 당시 실종자와 가출자, 행방불명자 신고를 접수한 600여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이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저 사고가 난 지하철역을 전전하던 노숙자이거나 대구의 변두리 공장에서 숨어 일하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일거라는 추측만이 무성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2005-02-16 2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