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영이 안서는 국방부/조승진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영이 안서는 국방부/조승진 정치부 기자

입력 2005-01-27 00:00
업데이트 2005-01-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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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

윤광웅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군 수뇌부들에게 ‘이례적으로’ 내린 지시다. 올 1∼2월로 예정된 해외 출장을 가급적 ‘4월 이후’로 연기하라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4월 이후’는 차기 수뇌부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도 “군 수뇌부들이 임기 만료 3∼4개월 전이나 취임 후 2개월 이내에 외유를 하는 것은 (군사외교) 성과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장관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군 주변에서는 군내의 오랜 적폐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군 수뇌부들이 임기 말에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가는 게 군에서는 오랜 관행인데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는 게 군내의 일반적인 여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시는 효력이 채 한 달을 못 넘기고 있다. 사실상 없었던 일이 돼가고 있다.

당초 출장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를 검토하던 이들이 대부분 사전 약속 등을 이유로 당초 계획대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정일 해군참모총장은 나흘간의 일본 방문을 위해 27일 출국한다. 김종환 합참의장도 다음달 8일부터 16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아프가니스탄과 일본을 방문한다. 모두 예정대로다. 일정을 취소한 이는 장성진급 비리사건과 최근의 ‘인분 파문’때문에 운신이 어려워진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유일하다. 그는 2월 브라질 등 남미 3개국 방문을 계획했었다.

합리적인 성품의 윤 장관이야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이해심을 발휘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철책선 절단사건이나 장성 진급비리 사건 등과 결부지어 ‘장관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해군 출신 장관이라 영(令)이 안 선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윤 장관은 생각해 볼 일이다.

조승진 정치부 기자 redtrain@seoul.co.kr
2005-0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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