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앞에 당당해야 웃을 수 있어”

“남들앞에 당당해야 웃을 수 있어”

입력 2005-01-27 00:00
업데이트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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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비슷한 점이 많네. 나처럼 언제나 웃을 수 있겠지?”

조엘 소넨버그(오른쪽)와 박성주군
조엘 소넨버그(오른쪽)와 박성주군 조엘 소넨버그(오른쪽)와 박성주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매리어트 호텔. 여느 사람과 ‘다른’ 외모를 가진 닯은 꼴의 청년과 어린이가 서로를 반갑게 끌어안았다. 주인공은 생후 20개월에 교통사고로 전신 88%에 3도화상을 입고 50여차례 수술 끝에 살아남은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26)와 역시 어렸을 적 가스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박성주(10·신탄진초교 3년)군. 말도 통하지 않지만 같은 고통을 견뎌온 두 사람은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성주가 화상을 입은 것은 태어난 지 14개월 되던 1996년. 집에서 LPG가스가 폭발했다. 귀는 들러붙었고, 손가락을 절단해 ‘조막손’이 됐다. 조엘에게는 함께 이겨낼 가족들이 있었지만, 성주의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한 달만에 숨을 거뒀고, 곧이어 어머니도 집을 나갔다.

성주는 이제 세상에서 마주치는 차가운 시선에도 태연하게 웃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날 “혐오스럽다.”고 쫓겨났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조엘은 “얼굴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기지 말라.”면서 “어떤 문화권이든 사람의 권리는 똑같다.”고 충고했다.

지금까지 16차례 수술을 받은 성주는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마와 얼굴 오른쪽에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이식받은 피부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기 동안은 계속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지급되는 30여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인 지금, 성주에게는 더 이상 수술을 받을 경제적 여력이 없다.

조엘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겠지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여러 차례 겪어야 하겠지만 그건 더 좋아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의 미래는 누구보다 밝다고 믿자.”고 환하게 웃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0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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