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예술가 길거리시장 ‘프리마켓’이 뜬다

아마 예술가 길거리시장 ‘프리마켓’이 뜬다

입력 2004-11-10 00:00
업데이트 2004-11-10 07: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3차원으로 펼쳐지는 책, 즉석에서 그려주는 초상화, 올록볼록한 천으로 만든 수첩 겸 명함지갑….

일반 상점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한쪽에서는 ‘아마추어 증폭기’,‘메리고라운드’ 등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져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LG백화점 앞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LG백화점 앞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LG백화점 앞 미관광장에서 열린 부천 프리마켓에서 시민들이 시민작가가 만든 귀고리, 목걸이, 벽걸이용 소품 등 다양한 생활 창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지난 7일 오후 제2회 부천 프리마켓(Free-market, 예술시장)이 열린 경기도 부천 LG백화점 앞마당.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30여팀의 작가들이 자신의 창작품들을 매대 위에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작품 보여줄 곳이면 어디든 간다”

“처음엔 취미삼아 나왔는데, 이젠 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갑니다.”

점토와 꽃꽂이를 접목시킨 수공예품을 선보인 주부 임순자(48)씨는 주말마다 이천, 부천 등지를 누비며 활동하는 시민작가다. 지나가던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벽걸이용 꽃장식에 앙증맞게 매달린 종이 신기한 듯 흔들어보았다. 그는 “돈보다는 내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주며 소통하는 즐거움에 나온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에 프리마켓이 생겨 활동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가명·27·여)씨는 평일에는 전시기획가, 주말에는 틈틈이 개발한 ‘북 아트’ 작품을 프리마켓에 내다 파는 ‘투잡스족’. 그는 색종이를 오려붙여 입체 동화책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곳은 갤러리에 출품할 만큼 전문성이나 연줄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담없이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출판사를 차리는 게 꿈이지만, 직업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이곳에서 나만의 창작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자율·하위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

시민작가 고가영씨가 프리마켓에 출품된 크…
시민작가 고가영씨가 프리마켓에 출품된 크… 시민작가 고가영씨가 프리마켓에 출품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꽃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조한혜정(56·여) 교수는 “세상이 어려워지고 고도 관리사회로 진입하면서 그 체제에 들어가지 않고 다르게 사는 법을 찾아가는 행렬이 늘고 있다.”며 “특히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창의력이 고갈된 거대 자본의 문화시장에서 새로운 자율공간과 하위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마켓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대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2002년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에 처음 생긴 토요 상설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지난달부터는 경기도 이천 문화의 거리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프리마켓 기획을 맡고 있는 ‘일상예술창작센터’ 김영등(36) 대표는 “작가 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2002∼2003년까지 1500명, 올해만도 1200여명에 이른다.”며 “창의성 심사를 거친 400여명의 ‘시민작가’들이 프리마켓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cafe.daum.net/artmarket)’ 회원수는 지난 7일 기준 3만 6518명. 김씨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어 프리마켓의 지역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프리마켓이란

프리마켓은 열린 공간에서 시민작가들이 손수 만든 창작 예술품들을 시민들에게 전시 및 판매하는 예술시장을 말한다. 작가와 시민의 벽이 없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로 참여할 수 있다.

프리마켓은 플리마켓(flea-market;벼룩시장)과 구별된다. 프리마켓은 시민들이 노상에서 자기 물건을 판다는 점에서 벼룩시장과 종종 혼동되지만, 중고품이 아닌 수공예 창작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2004-11-10 2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