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뚫린 DMZ 철책] “달밝은 밤 월북?…軍 소설 쓰나”

[뻥뚫린 DMZ 철책] “달밝은 밤 월북?…軍 소설 쓰나”

입력 2004-10-28 00:00
업데이트 2004-10-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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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1명이 비무장지대(DMZ) 안의 3중 철조망을 뚫고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발생한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철책선 절단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내놓은 합동신문 결과다.

하지만 이같은 군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쉽게 마무리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일반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오히려 허술한 군의 경계태세를 질타하고, 군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조차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군 당국으로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지뢰 널린 최전방 접근 불가능

일반 시민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것은 민간인이 지뢰가 널려 있는 최전방 지역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나아가 3중 철조망을 뚫고 월북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정신 이상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월북자가 철책선을 절단한 것으로 추정한 시각(25일 야간과 26일 새벽 1시 사이)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을 월북자가 달빛이 밝은 날을 택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이 철책선 절단이 이뤄졌다고 추정한 날은 음력 13일로 달빛이 무척 밝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철책선 절단 시각 등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전역했다는 한 네티즌은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부전선의 험난한 정도는 민간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이다. 북한군이 침투전술을 이용해도 비무장지대를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한데 민간인이 월북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절단 현장 언론 공개 검토

군 당국의 엉성한 경계태세를 놓고 군을 꾸짖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간인 한 명도 못 막으면서 어떻게 북한군에 대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민간인이 월북했다면 무장간첩 침투보다 더 큰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군이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건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자 군 당국은 27일 오후 합동신문에 대한 보충설명을 했다. 군 당국은 절단된 남측 철책에서 30∼40m 후방에 민간인과 군인들의 출입이 잦은 영농지가 있으며, 월북자는 이 곳에서 3∼4일간 숨어 있다가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최전방 추진철책은 동쪽으로 200m만 가도 우회가 가능한 데 굳이 철책을 절단한 점 등이 간첩 소행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경우에 따라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 결론 날까

이번 사건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풀리고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북한이 남한 민간인의 월북사실을 발표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북측이 이와 관련, 금명간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대남 전략을 감안할 때,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런 입장을 취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월북자가 생기면 북한당국이 체제 홍보 차원에서 ‘의거 월북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2004-10-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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