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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核 의혹] 금속우라늄 왜 18년만에 실험했나

[한국核 의혹] 금속우라늄 왜 18년만에 실험했나

입력 2004-09-15 00:00
업데이트 2004-09-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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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핵실험 과거사’가 양파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의혹이 나오고 있다.정부는 매번 “이게 전부”라고 했다가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면 ‘뒷북 해명’하는 식이어서 불필요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자초하고 있다.핵실험에 얽힌 의혹과 궁금증을 문답풀이식으로 알아본다.

정부 “의혹 4건은 줄기서 뻗은 잔가지”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핵관련 실험은 총 6건인가,2건인가.

-IAEA는 ▲1982년 금속우라늄 150㎏ 생산 ▲관련 생산시설 3곳 ▲금속우라늄 총량 변동(150㎏→134㎏) ▲2000년 농축우라늄 0.2g 분리 ▲1982년 플루토늄 수㎎ 추출 ▲플루토늄 추출 신고시 핵연료 오기(誤記) 등 총 6건을 문제삼고 있다.반면 우리 정부는 크게 ▲농축우라늄 분리 ▲플루토늄 추출 2건이 문제이며,나머지 4건은 이 커다란 ‘양대 줄기’에서 뻗어나온 ‘잔가지’라고 주장한다.세부항목 자체에 대해서는 양측간에 별 이견이 없다.단지 셈법의 차이일 따름이다.

금속우라늄과 농축우라늄은 어떻게 다른가.

-쉽게 말해 농축우라늄의 ‘중간 원석’격이 금속우라늄이다.초기 원석은 인광석(인산비료 원료)에서 긁어낸 천연우라늄인데,가루 형태여서 실험하기가 힘들다.따라서 실험하기 편리하게 고체 형태로 변환시킨 ‘반죽 덩어리’가 바로 금속우라늄(150㎏)이다.이를 ‘수제비 뜨듯’ 한 덩어리(3.5㎏) 떼내 레이저를 쏴 얻어낸 게 농축우라늄(0.2g)이다.

금속우라늄을 만든 시점이 1982년인데 무려 18년 동안이나 방치해 놓았다가 2000년에 다시 꺼내 실험을 했다는 얘기인가.

-우리나라가 80년대부터 꾸준히 비밀 핵실험을 진행해온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사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물론 정부는 펄쩍 뛴다.애초 금속우라늄을 만든 이유는 당시 수입 우라늄 가격이 너무 비싸 방사선 차폐용기 제작 등 국산화 연구 차원이었는데,이후 천연우라늄 가격이 5분의1로 급락해 실험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그러다 한참 후에 원자력연구소의 과학자 몇 명이 동위원소 분리실험을 진행하던 중에 학문적 호기심이 발동해 농축우라늄까지 분리해봤다는 것이다.

총 150㎏의 금속우라늄 중에 실험에 3.5㎏을 쓰고 134㎏이 남았다는데 그렇다면 12.5㎏은 어디로 사라졌나.

-정부는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금속우라늄을 녹이다 보면 슬러그(찌꺼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량 손실됐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실험과정 중의 손실치고는 ‘실종된 양’이 다소 많다.국제사회가 의심하는 대목이다.

천연우라늄 ‘변환’은 반드시 신고해야

남은 금속우라늄 134㎏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폐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있는 이유는.

-금속우라늄은 물보다 비중이 19배나 커서 작은 부피에도 매우 무겁다.때문에 방사선 차폐용기를 비롯해 비행기나 기중기의 무게조절 장치 등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따라서 굳이 없앨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신고를 제대로 했느냐의 문제이지,만든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속우라늄과 관련시설을 왜 제때 IAEA에 신고하지 않았는가.

-우리나라가 금속우라늄 변환처리나 플루토늄 추출실험을 진행한 때는 1982년으로,이때만 해도 ‘신고의식’이 투철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솔직한 고백이다.인산비료로 쓰고 남은 인광석 조각에서 금속우라늄을 만들었던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IAEA 안전조치를 위반한 것 아닌가.

-인광석에서 천연우라늄을 추출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이 우라늄 형태를 ‘변환’하게 되면 반드시 IAEA에 신고해야 한다.변환시설도 마찬가지다.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속우라늄 생산 사실과 관련시설 3개,금속우라늄 총량 변동 사실을 모두 신고하지 않았다.이는 올초 우리나라가 IAEA 안전조치 추가의정서에 가입하기 전부터 해당되는 의무신고조항이다.정부도 안전조치 위반이라고 순순히 시인하고 있다.

금속우라늄 150㎏으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가.

-난센스다.150㎏을 전부 활용한다고 쳐도 얻어낼 수 있는 농축우라늄 양은 0.7㎏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핵무기 1기 제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25㎏)에 턱없이 못 미친다.게다가 농축되지 않은 상태여서 핵무기 개발에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4-09-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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