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년후를 내다보는 진로선택/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기고] 10년후를 내다보는 진로선택/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입력 2004-08-31 00:00
업데이트 2004-08-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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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다수 부모들은 직업에 대한 만족과 보람을 평가하기에 앞서 수입이 얼마인지에 따라 그 직업의 귀천을 결정한다.전문직 종사자들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번다는 왜곡된 생각으로,아이의 적성·흥미는 안중에 없이 의사·판검사·교수가 되는 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게 한다.성공·실패의 판단기준 자체도 여기에 맞추기 때문에 아이의 적성·흥미가 아니라 오직 성적에 따라 전공을 선택케 하고 진로를 결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부모 권유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평생을 산다면 그것만큼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남 보기에는 훌륭한 직업을 버리고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인생은 머뭇거리기에는 너무 짧다.’는데….

이같은 상황이 당장에 어떻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지금 중·고생인 아이들이 자라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까지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따라서 진로지도를 한다면 현재 인기 있는 직업 위주로 할 것이 아니라,10년후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내다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학부모는 아이의 장래에 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만 결국에는 편하고 좋아 보이는,인기 높은 전문직을 가지기를 일방적으로 바란다.진로를 선택하는 기준이 ‘안정적인 돈벌이’인 것이다.많은 돈을 벌고 이왕이면 명예까지 누려보자는 것이 유일한 선택의 기준이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인기직종이 과연 10년 후에도 그 인기를 유지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10년전 무조건 법대·의대를 지원한 사람과,별 관심의 대상이 아닌 유전공학·컴퓨터 쪽으로 진로를 정한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다른가.사뭇 대조적이다.이제는 전문직의 자격을 갖고도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을 당한다.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박사 실업자 수는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의사가 돼 개업만 하면 돈벼락이라도 맞을 줄 알던 사람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지경인가 하면,일년 내내 한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수두룩하다고 한다.반면 유전공학·컴퓨터·통신공학 쪽으로 진로를 택한 사람들은 국내외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어 미래사회를 열어가는 중심에 서는 사례가 많다.

이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하기 전에 우선 학부모의 사고가 변화해야 한다.학부모가 변하지 않는 한 아이의 미래는 장밋빛이기 어렵다.‘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다양한 직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사라진다.수만가지 직업이 있는데도 고정관념에 따라 부모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모·교사·학생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적성과 흥미를 최대한 반영하는 진로를 아이가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개인의 성격 유형이 직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직업 자체가 흥미와 적성에 가장 적합한 일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직업환경과 개인요소 간에 상호작용하는 요인도 중요시해야 한다.사람들은 제 성격적 특성과 일치하는 직무 내용을 하고자 한다.이를 위해서는 직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그 직업이 자신의 심리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도 고려해야 한다.심리적 욕구충족은 어떤 물질적인 보상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2004-08-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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