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 & 2004 한반도] 주변 4强 한반도정책-미국

[1904 & 2004 한반도] 주변 4强 한반도정책-미국

입력 2004-07-16 00:00
업데이트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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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반도는 19세기말과 20세기 중반에 이어 우리의 삶을 좌우할 세 번째의 격변기에 놓여있다.격변은 대외관계로부터 주어지고 있다.개항이후 한국문제는 항상 국제문제였다.동아시아질서를 좌우해온 지역문제이자 세계문제로서의 한반도문제는 한번 지형이 결정되면 최소한 한 세대를 지속해왔다.우리에게 국제관계는 그토록 중요하다.현금의 격동의 중심에는 탈냉전의 뒤늦은 후폭풍인 한미관계 재조정과 북한문제가 놓여있다.그 요체는 우리의 세계 내 위상과 역할,관계의 문제로 귀착된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건국과 오늘의 시점을 비교할 때 교육,산업화,민주화,정보화에서 한국의 변화는 세계10위권의 중위국가로 도약한데서 볼 수 있듯 20세기 세계변혁의 상징이었다.그러나 국제관계,외교,안보,평화의 영역으로 오면 크게 다르다.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일본,미국(과 소련)에 대한 일변주의(一邊主義)관계가 초래한 속방,식민,분단의 역사를 갖고 있다.지난 100년의 한미관계는 한국문제의 국제적 변동에 맞춰,‘혜택’과 ‘희생’,‘이익’과 ‘비용’의 결합 속에 세 번의 변화를 겪어왔다.그 만남의 방식과 손익을 깨닫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최초 중화체제 시기에 미국은 태프트-카쓰라 조약,영일동맹으로 이어지는 ‘미영일 동맹체제’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역패권을 조장(助長),중국패권을 해체하고 미영일중러가 경쟁하는 동아시아 만국공법(萬國公法)체제,또는 동아시아 세력 균형체제를 탄생시켰다.중국견제와 일본부상이라는 미영의 구도 속에 한국은 중국속방으로부터 이탈,불안정한 독립국가[대한제국]를 거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탈(脫)속방화와 식민화,이는 한미조우가 낳은 혜택과 희생의 첫 역사적 결합이었다.일본이 지역패권을 넘어 세계패권을 향해 미영에 도전하여 세계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은 이를 패퇴시켰고 한국은 독립되었다.그러나 미국은 소련과의 합의하에 한국을 분단,독립과 분단이라는 혜택과 희생의 두 번째 결합을 낳았다.

한국전쟁은 한국의 세계 내 위상과 한미관계를 정초한 사건이었다.전후 등장한 한미‘동맹’은 남북‘적대’와 함께 한국전쟁으로 주형된 한반도문제의 역사적 쌍생아였다.안보와 경제는 동맹의 두 기축으로서 사회주의와 경쟁하는 동안 세계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성공표본을 만들기 위해 미국은 확고한 안보공약과 막대한 경제원조를 지속하였다.한국민들은 이 때 위치와 구조를 활용하는 절정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그러나 그 성공은 댓가없는 것은 아니었다.외교,안보문제에서의 주권,자율의 위축을 포함해 냉전 내내 위계적 한미관계를 감수해야했다.동시에 공산저지를 위해 제공되는 미국의 안보공약과 경제원조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에서 보듯 권위주의 체제유지의 토대역할을 수행하였다.즉 미국은 권위주의 체제의 보장자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반면 미국은 권위주의 시기동안 적나의 인권유린과 독재를 견제하는 민주화의 후원자이기도 하였다.요컨대 한국에서 미국은 권위주의의 보장자인 동시에,민주주의의 후원자라는 이중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이를 ‘미국의 범위’(American boundary)라고 부를 때 탈냉전과 함께 ‘미국의 범위’는 이제 재조정,재정의(再定意)의 상황에 돌입해있다.냉전시기 남북적대의 강화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결과했으나,탈냉전 이후 남북적대의 완화는 한미동맹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동시에 냉전시대의 한미관계 양자동학은 이제 남북미관계라는 복합적인 3자동학(動學)으로 변전되었다.이제 한미관계는 둘 만의 배타적 양자관계가 아닌,3자관계는 물론 동아시아-미국 등 더 넓은 지평에서 보는,그리하여 국제문제인 우리문제의 한국화와 탈한국화의 접점을 찾아내어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통로가 되어야한다.그럴 때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반미와 친미의 대립은 본질적이지 않다.친미를 통한 탈미공존-유럽통합의 대구상을 꿈꿨던 유럽,탈독일화를 통한 독일화를 이뤄 평화와 통일을 실현한 독일,그리고 반미적 친미,또는 친미적 반미라는,즉 우리문제를 위해 견인과 견제의 의미를 함께 갖는 이중견미(牽美)의 길을 찾은 초기 한국외교수장의 숨은 지혜들을 종합해 세계와 우리에 필요한 보편가치와 국익의 추구를 함께 꿈꾸어야할 시점이다.

탈냉전이후 남북대치의 지속으로 우리가 한미관계의 재형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 되었다.글로벌 제국과 글로벌 시민사회가 직접 대면하는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특정국가의 외교란 일차적으로 유일제국 미국과의 관계설정을 의미한다.오늘의 시점에도 친미와 반미는 물론,주한미군 재배치 및 축소라는 동일현상을 두고도 한쪽[진보]에서는 대북전쟁기도라고 비판하고,다른 한쪽[보수]에서는 남침위협증가라고 비판하는 갈라진 정체성과 의식구조를 보며 우리가 진정으로 대전환점에 놓여있음을 깨닫는다.앞선 두 전환기 때 갈라졌던 것처럼.앞선 두 번과는 다른 길을 가기 위해 갈라진 우리의 정신구조와 대안모색을 수렴하고 통합할 사려와 지혜는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열정과 신념이 아니라 이익과 지혜가 국제관계와 외교의 본질이라는 점을 깊이 깨달을수록 지난 100년의 경험과 오늘의 혼돈은 미래를 위한 값진 비용이 될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2004-07-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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