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노예계약/신연숙 논설위원

[씨줄날줄]노예계약/신연숙 논설위원

입력 2004-04-07 00:00
업데이트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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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내로라하는 스타가수들이 이런 현수막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방송출연 거부소동까지 일으켰던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계약은 ‘노예계약’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상식을 벗어난 ‘불공정 거래’였다는 판정이 마침내 법정에서 내려졌다.인기그룹 HOT의 멤버들이 무명시절 유명 연예기획사 (주)SM 간에 이뤄진 계약 내용은 SM측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가수에게 불리하게 작성한 것이므로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고 고등법원이 판결한 것이다.한때 10대들의 우상이었던 문희준,토니 안 등이 계약 해지시 총투자액의 5배와 남은 계약기간 예상이익의 3배,여기에 별도로 1억원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해놓고 활동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엄청난 위약금에 꼼짝할 수 없게 몸이 묶여 있는 사실상의 ‘노예계약’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노예계약’이란 말은 스타탄생의 꿈 속에 기획사에 눌려 사는 무명연예인들이 자조섞어 쓰기 시작했던 표현이다.그러나 2년여 전 한 방송사가 무명연예인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사용했다가 기획사들과 이에 소속된 연예인들로부터 방송출연 거부라는 역풍을 맞기도 한 사연 많은 말이기도 하다.결국 그 뒤 이어진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그리고 이번 법원의 판결로 그 불법성이 인정되긴 했지만,그 관행이 얼마나 고쳐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100만명에 이른다는 스타지망생의 공급초과 현상,음반 한 장 기획·제작비가 최소한 3억∼5억원은 드는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확률은 5%에 불과한 업계 현실,MP3의 등장 등 미디어환경의 변화로 인한 음반업계의 침체 등 구조적인 환경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조짐도 있다.연예산업의 기업화와 함께 한류 열풍에 힘입은 수출 호조 등으로 투명하고 과학적인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코스닥에 등록된 기획사만도 4개고 영화를 제외한 연예산업만으로도 작년 매출이 1조원을 넘었다.모바일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결국 보아의 성공에서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스타기획,과학적 제작시스템,적절한 투자위험 분산책은 연예산업 성공의 열쇠이자 연예인의 인권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연예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노예계약’이란 용어가 이 기회에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2004-04-0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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