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바비큐’ 이용 어떻게

‘공원 바비큐’ 이용 어떻게

입력 2004-03-20 00:00
업데이트 2004-03-2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시가 환경오염 등 논란이 많은데도 공원에서 ‘바비큐 데이’를 추진하는 것은 공원을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이는 물론 주5일제 실시 등으로 여가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 배경이 됐다.그동안 공원 시설확충,관리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공원행정이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전환되는 것이기도 하다.

"공원에서 삼겹살을…"
 서울시 산하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시내 일부 공원에서 가족단위 바비큐 파티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19일 사업소 직원이 공원에서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
"공원에서 삼겹살을…"
서울시 산하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시내 일부 공원에서 가족단위 바비큐 파티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19일 사업소 직원이 공원에서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설비를 소개하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
실제 경쟁관계인 한강시민공원의 이용객이 인라인스케이트 등 레저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2002년에 비해 지난해 73%가량 증가해 공원녹지관리사업소 산하 19개 공원의 이용객을 앞질렀다.

취사행위 어디까지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정한 공원에서 취사의 허용범위는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까지다.찌개를 끓이거나 밥을 짓는 행위는 금지된다.집에서 샐러드나 김밥 같은 도시락을 싸오고 공원에서는 고기만 구워 먹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공원당 30곳씩 조성,4인가족 기준으로 12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동창회 등 일반친목보다는 가족모임이 우선이며 이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으로 모집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의 정서상 고기에 동반하는 음주행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막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실제로 월드컵공원에는 일부 시민들이 인근 유통센터에서 회를 사와 소주와 곁들여 먹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단속원들이 감시하지만 한계가 있다.때문에 사업소 내부에서도 취사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했던 것을 일부나마 허용해 주자는 의견도 일고 있다.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는 게 사업소의 생각이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또 시민들이 공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식물관리나 건강프로그램도 만들어 이용효율을 높일 계획이다.이의 일환으로 5월부터는 ‘휴일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실시해 3∼5일동안 공원에서 잡초를 뽑고 나무를 가꾸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경단체 “말도 안되는 발상”

환경단체들은 문화의 변질을 크게 우려했다.‘즐기면서 쉬는 문화’에서 ‘먹고 마시는 문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문화의 왜곡은 생활권에서 즐길 수 있는 공원의 면적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재의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지난해 기준으로 뉴욕의 생활권 녹지면적은 1인당에서 29.3㎡인데,서울은 7분의1 수준인 4.58㎡에 불과하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책국 김영란 녹지담당은 “바비큐 허용은 이 두 공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한강시민공원을 비롯한 다른 공원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립공원과 산 등의 취사금지가 이제야 정착단계에 접어든 마당에 서울시에서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게 뜻밖이라는 반응이다.공원에서 바비큐의 허용은 결국 현재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1회용품의 사용범람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취사행위 ‘해방구’ 신설을 반기는 입장도 있다.회사원 정훈(35·강남구 수서동)씨는 “공원의 편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바비큐 시설이 들어선다면 공원이용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어떻게

외국의 경우 뉴욕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 등 대규모 자연공원에서는 바비큐 행위가 엄격히 규제된다.그러나 주택가 등 생활권 주변 중·소 규모의 공원에서는 보편화돼 있다.자연공원은 철저히 환경을 보전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생활공원은 주민들이 일광욕과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이강오 사무국장은 “천차만별이지만 공원의 이상형으로 꼽히는 센트럴파크를 가보면 금지 및 허용대상이 분명히 표기돼 있다.”면서 “센트럴파크는 70년대만해도 먹고 마시고 노는 곳에 불과했으나 행정당국과 NGO가 손을 맞잡고 이를 개조했다.”고 소개했다.

유학생 양찬호(35·독일 레겐스부르크 거주)씨는 “공원이나 교외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는 흔한 일”이라면서 “서울 시내에는 가족끼리 함께 할 시설이 부족한 만큼 무작정 금지하는 것보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규 이유종기자 bell@˝
2004-03-20 4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